[스포츠 산책]감독들의 말말말… 더그아웃은 전쟁터

  • 입력 2008년 4월 18일 03시 01분


관중석이 텅 비어 있는 평일 오후 3시 야구장.

감독, 선수와 야구 관계자들이 하나 둘 그라운드에 모습을 나타냅니다.

선수들은 몸을 풀며 훈련에 집중합니다. 이때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기자들과 함께 팀 성적이나 최근 이슈를 비롯해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눕니다. 물론 감독의 시선은 훈련 중인 선수들을 향해 있습니다.

더그아웃에선 감독들의 생생한 표정과 성격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각자 추구하는 야구가 다르듯 8개 구단 감독들은 저마다의 스타일로 얘기를 합니다.

삼성 선동렬 감독은 할 말을 다하는 스타일입니다. 때로는 “선수도 아니다”는 독설도 내뱉습니다. 낯가림이 심하지만 한 번 말문을 열면 이야기를 주도합니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상황을 한 줄로 요약하는 촌철살인 화법을 자랑합니다. 요즘은 팀의 부진으로 “투수도 없고 타자도 없고…”라며 푸념 화법을 선보입니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다. 수고했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는 멘트를 빼놓지 않습니다. 전날 실수를 하는 선수가 있더라도 선수보다 자신을 탓합니다. 민감한 질문에는 에둘러 표현해 의중을 헤아리기 힘든 면도 있습니다.

야구에 대한 분석을 기대한다면 SK 김성근 감독에게 가야 합니다. 야구가 취미인 김 감독답게 진지한 분석이 쏟아집니다. 김 감독과 대화할 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일본어 발음이 묻어나는 편이라 집중하지 않으면 말을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LG 김재박 감독은 항상 “할 말이 뭐 있어. 야구가 그렇지 뭐”라는 말로 운을 뗍니다. 그만큼 명쾌한 답변을 듣기가 가장 힘든 감독입니다.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더그아웃에 앉아 있지 않고 그라운드에 나와 있습니다. 다른 감독과는 달리 인터뷰 시간을 정해 기자들과 얘기를 합니다. 질문에 곧잘 대답을 하지만 정석 답변만 하는 편입니다.

방공호라는 이름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더그아웃은 감독들의 전쟁터입니다. 어떨 땐 대신 전해주기라도 바라듯 상대 감독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이 오가기도 합니다. 방망이와 공이 아닌 입으로 벌이는 전쟁입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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