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최준석, 1회초 대타 홈런…헉!

  • 입력 2008년 4월 24일 09시 00분


역대 2호…1호는 18년전 ‘위장오더’로 탄생

두산 최준석(25)이 23일 대구 삼성전에서 1회초 대타로 나서 홈런을 치는 희한한 광경이 벌어졌다. 1회초 대타홈런은 역대 2호일 정도로 진기록 중의 진기록이다. 선발 라인업이 정해진 뒤 1회초 첫 타석부터 대타로 나서는 것도 보기 드물지만 거기서 홈런을 칠 가능성 또한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최준석은 1회초 1사 1·2루서 4번 김동주(32)의 대타로 나서 삼성 선발투수 배영수에게서 선취 3점홈런을 뽑아냈다.

이날의 진기록은 주포 김동주의 예기치 않은 부상 때문에 일어났다. 김동주는 경기 전 배팅 케이지 바깥쪽에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백스톱 쪽에서 김재호(23)가 토스배팅을 하다 배트를 놓쳤고, 빙글빙글 돌며 날아간 배트는 김동주의 오른쪽 팔꿈치를 강타했다.

두산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은 전날 시즌 3호 홈런을 치며 타격감을 찾던 4번타자 김동주가 그 자리에 주저앉자 화들짝 놀라며 주위에 몰려들었다. 김동주는 부축을 받으며 원정 라커로 들어가 다친 부위에 얼음찔질을 받았다.

이 때가 양팀의 선발 라인업이 교환될 시점. 김경문 감독은 김동주의 부상이 타박상 수준이라고 보고받은 뒤 고심 끝에 라인업에 김동주를 4번타자 겸 3루수로 써넣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준석이 보기 드문 대타 3점홈런까지 쳤으니…. 더군다나 전날 홈런 2개를 치고도 아직 팀홈런(7개) 꼴찌의 두산으로서는 전화위복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전까지 역대 유일의 1회초 대타홈런은 1990년 8월 5일 대전 태평양-빙그레전에서 나왔다. 선발투수를 예고하지 않던 당시에 흔하던 위장오더 때문에 탄생한 기록이었다. 당시 태평양 김성근 감독은 선발 라인업에 1번타자는 2년생 투수 허정욱, 2번타자는 그해 MBC에서 태평양으로 이적한 투수 오영일을 써넣었다. 그리고는 1회초 시작하자마자 대타 작전으로 나갔다. 1번 대타 김윤환은 아웃됐지만 2번 대타 김진규가 솔로홈런을 날린 것. 김진규는 88∼93년 6년간 태평양에서 뛰며 통산홈런이 11개였고, 진기록을 세운 90년에 홈런 3개를 때렸다.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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