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바랐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포항 스틸러스가 23일 홈에서 벌어진 창춘 야타이(중국)와 2-2로 비기면서 200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렇다할 스타 없이 지난 시즌 우승을 일궈 ‘벤치의 마법사’란 찬사를 들었던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의 매직도 국제 무대에선 통하지 않았다. 운도 없었다. 잘 싸우고도 먼저 골을 내주는 바람에 시종 밀리는 경기 운영을 했다.
주도권을 잡고 몰아치던 포항은 전반 34분 창춘의 미드필더 왕둥에 첫 골을 내줘 리드를 내줬다. 후반 18분 황재원이 상대 골키퍼 정 레이의 전진을 틈타 헤딩 동점골을 뽑아냈으나 기쁨도 잠시, 24분 두 젠위에 중거리포를 얻어맞았다. 종료 직전 황진성이 볼 경합 장면에서 다시 ‘멍군’을 불렀으나 그게 끝이었다. 저 멀리 호주에선 애들레이드가 빈증을 4-1 완파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포항 탈락을 알리는 불운의 전주곡이었다.
파리아스는 공식 인터뷰에서 “우리는 희망을 잃었다. 좋은 찬스를 잡고, 주도했지만 먼저 실점했다.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하고 겸허히 결과를 기다릴 뿐”이라고 패배를 시인했다.
포항만의 끈끈한 축구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화려하진 않아도 조직력을 내세운 포항 축구는 지난해 K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아시아 무대는 달랐다. “챔스에서 우승해 도쿄(세계클럽선수권 개최지)로 가겠다”는 호언도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작심한 듯, 강공을 퍼부은 공격력에 비해 수비진이 불안했다. 좌우 날개를 맡은 박원재와 최효진이 측면을 돌파할 때마다 빈공간을 자주 노출했다. 중원을 담당한 황지수와 황진성의 커버 플레이도 느렸다. 공격 가담은 빨랐어도 수비로의 전환이 느렸다. 최전방을 맡은 데닐손도 쉬운 볼을 자주 빼앗겨 어려움을 자초했다. 경기장을 찾은 박태하 국가대표팀 코치는 “포항이 못하지는 않았다. 다만 자신들이 원하는 색채를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박 코치는 “창춘은 그들만의 템포 축구를 보였고, 포항은 그렇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포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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