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미국에서 투어 생활을 할 경우 약 20만 달러, 일본의 경우 약 10만 달러 정도가 소요된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 대회에 출전할 때는 경비가 훨씬 적게 들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오산이다. 아마추어 골퍼가 한 번 라운드 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
3일 일정의 대회로 치러지는 여자 프로들의 경우다. 숙박료에 교통비, 숙식비, 대회 출전비, 캐디피 등을 포함하면 적게는 150만 원에서 많게는 300만 원 정도를 대회 출전 경비로 쓴다. 대회 개최 2일 전에 현지에 도착해 그린적응 훈련도 하고 프로암에도 참가해야 한다.
○예선 통과 못하면 한푼도 못 건져
작년에 개최된 19개 대회를 모두 출전했을 경우 여자 선수는 최소 3000만 원 정도를 대회 출전 경비로 사용한다. 물론 생활비는 별도다.
4일씩 대회가 치러지는 남자 프로들의 경우 여자 프로들에 비해 더 많은 경비를 지출한다. 남자는 4라운드 경기이기 때문에 숙박비가 더 든다.
A프로의 경우 본인과 부인, 캐디를 동반해 대회에 출전할 경우 평균 300∼400만원 정도를 지출한다. 18개 대회를 모두 출전할 경우 최소 5700만 원의 대회 출전 경비가 필요하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선수들은 남는 장사를 하지 못한다. 총상금 3억 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예선을 통과하면 100만 원 남짓의 상금을 받는다. 대회 출전 경비로 최소 150만 원 정도를 쓰고 있으니 50만 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 대회비용을 뽑기 위해서는 30위권에는 들어야 한다.
적자 금액을 메우기 위해 프로골퍼들은 이중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대회가 끝나면 연습장에서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레슨을 하거나, 주니어 선수들을 가르친다. 또 어떤 선수들은 각종 프로암 대회에 참가해 받은 출전료 등으로 경비를 충당한다. 비 시즌 때 유명인과 골프를 치거나 주위를 통해 아는 사람과 라운딩을 하면서 받는 돈도 쏠쏠한 수입이 된다. 하지만 프로 선수들의 이중생활은 연습에 영향을 주면서 경기력 저하와 컨디션 조절 실패 등으로 이어져 성적을 내지 못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한다.
경비 마련이 힘든 선수들 중에는 대회 때 호텔이나 리조트 대신 여관방을 전전한다. 대회에 출전해서도 그 흔한 고기 한번 먹지 않고 5000원짜리 식사로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 또한 대회 경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캐디피는 후배나 동료들에게 안면으로 부탁해 비용을 최소화한다.
상금만으로 대회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선 여자부의 경우 3000만 원(2007년 기준 37위) 이상의 상금을 벌어야 한다. 남자는 6000만 원(34위) 이상을 벌어야 경비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나머지 100여 명이 넘는 선수는 대회에 출전하고도 돈 한 푼 벌지 못하는 믿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
○캐디피가 경비 중 제일 많이 차지
상금을 벌었다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스폰서의 사정에 따라 어떤 대회의 경우 짧게는 1∼2주 이내에 상금이 지급되지만 길게는 서너 달씩 걸리는 경우도 있어 프로선수들은 외상 거래를 하고 있는 셈이다.
프로골퍼 L씨는 “프로골퍼라고 하면 모두 수억 원씩 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일부 선수들의 얘기다. 나머지 선수들은 대회 출전 경비를 버는 것도 벅차다. 우승해서 수 천만 원씩의 상금을 받지 못할 경우 몇 백만 원의 상금만으로는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프로선수가 되기 위해 투자한 돈도 만만치 않다.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경우 1년 총 수익이 1억원 가량은 되어야 적정 생활이 가능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대회 수가 증가하고 상금 규모도 커지면서 점점 투어에서 벌어들이는 상금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지만 화려한 스타 뒤에는 그늘이 존재한다. 멋진 골프장에서 매일 경기를 펼쳐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프로 골퍼도 생활인이고 돈 걱정을 한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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