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그룹 계열사의 주력 상품인 ‘프로미’(동부화재), ‘센트레빌’(동부건설) 등의 로고를 번갈아 새긴 상의 대신 큼지막하게 ‘동부’라고 적은 유니폼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경기 전날 오후 8시 유니폼 교체가 가능한지를 물었기 때문. 챔피언전이라 회사 안팎의 관심이 커진 만큼 계열사보다는 그룹 전체를 상징하는 유니폼을 입어야 사내 결속력이 커지고 그룹도 널리 알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런 주문에 구단 직원들이 부랴부랴 운동복 제조업체에 밤샘 작업까지 채근한 끝에 경기 시작 1시간 전에 선수들은 새 유니폼을 전달받았다. 모기업의 이름을 가슴에 새기고 나온 동부 선수들은 회사 직원들의 열띤 응원 속에 완승을 거뒀다.
평소 김 회장은 동부의 원주 홈경기에 갈 때는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지인들과 조용히 일반석에서 관전한 뒤 돌아가 ‘코트의 암행어사’라는 얘기를 듣는다. 직원과 선수단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다.
조용하게 지원하는 김 회장은 2005년 농구단 인수 후 첫 우승 문턱에 이르자 각별한 관심 속에 25일 잠실 5차전 때는 챔피언전 들어 처음으로 체육관을 찾을 예정.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통합 챔피언 등극에 1승만을 남겨둔 동부 농구단은 어느덧 그룹에서 효자라도 된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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