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삼성 이상민(36·사진)을 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만났다.
지난 주말 동부와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패한 뒤 줄곧 경기 성남시 분당의 집에 머물던 그로선 모처럼의 나들이였다.
가벼운 티셔츠 차림의 이상민은 “여기는 현대그룹 고 정몽헌 회장님이 즐겨 찾던 곳”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가 1년 전 충격 속에 눈물을 흘리며 후배 서장훈과 팀을 맞바꿔 KCC에서 삼성으로 옮기기 전까지 10년 넘게 현대 유니폼을 입었다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말이 나온 김에 민감한 곳을 건드렸다.
“아직도 KCC 농구단은 당신이 숙소로 쓰던 302호를 비워 두고 있다는데….”
“알고 있다. KCC 고위 관계자로부터 그 얘기를 들었다.”
주인 떠난 방을 그냥 놔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삼성에서 1년을 더 뛰고 내년 이맘때 자유계약선수로 풀리는 이상민의 거취가 벌써부터 관심사가 되는 이유다.
“이제 나이는 어쩔 수 없는지 힘들 때가 많다. 팀을 옮기면 뭔가 보여 줘야 할 텐데 그게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늙으면 고향이 절실해지지만 내가 또 그럴 수 있을까.”
이상민은 올 시즌 삼성에서 “회춘했다”는 말을 들으며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을 했다. ‘이상민 효과’로 삼성의 홈경기 평균 관중은 1000명 가까이 늘어 5000명에 육박했고 입장 수입은 지난 시즌 2억9000만 원에서 4억90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새 둥지에서 이름값을 지키기 위한 어려움이 많았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지만 정신력으로 버텼다.”
시즌 전부터 안 해본 운동이 없을 만큼 최선을 다했던 그는 팀 분위기를 바꿔 놓으며 삼성을 우승 문턱까지 이끌었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그는 “6강전 때 몸이 너무 좋아 무리하다 보니 KCC와의 4강전에서 종아리를 다쳐 이후 제대로 뛸 수 없었다. 접전을 펼친 챔피언 결정 2차전 패배가 안타깝다. 이 경기만 이겼으면 시리즈 판도가 바뀔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 2학년 남매를 둔 이상민은 조만간 일본이나 홍콩으로 가족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토요일에는 애들 운동회에 가려고 했는데 농구단 행사와 겹쳐 미안하게 됐다. 언제쯤 아빠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김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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