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백발이 성성한 ‘백전노장’ 김호(64) 대전시티즌 감독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필드를 바라볼 뿐이었다.
또 한번 ‘기록 달성’이 연기됐다. 4일 K리그 8라운드 경기서 대전이 조광래 감독의 경남 FC에 1-2로 일격을 당한 것이다.
200승을 목전에 놓고 두 번이나 놓쳐버린 승부. 5분 주어진 인저리 타임, 마지막 순간에 경남 김영우에 역전골을 허용한 뒤 대전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했다.
벤치 기둥을 움켜쥔 김 감독 역시 허탈하긴 마찬가지였다. 공식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것 역시 이번이 처음. 그의 200승을 기대하고 대전을 찾았던 많은 취재진도 선뜻 다가서기 어려웠다. 뒷정리를 하던 왕선재 수석코치는 “체력 소모가 커서 수비-허리진에 여유가 없었다. 공수를 조절할 선수가 없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199승을 올린 뒤 선수들에게 “긴장하지 말라”고 강조해온 김 감독이었다. 그러나 대전은 지난달 26일 전북 현대에 2-0으로 이긴 뒤 30일 컵 대회서 울산 현대에 0-1로 졌고, 이달 첫 승부서도 역시 무릎을 꿇어 ‘9수’ 징크스로 가는 것이 아닌 지 우려하고 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부담 갖지 마라. 너희가 긴장해 게임을 스스로 망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자”고 했지만, 스승에게 대기록을 안기고픈 선수들의 심리는 그렇지 않았고, 이는 그대로 경기에서 입증됐다.
가장 바라지 않던 상황을 맞은 대전 프런트도 마찬가지. 한 직원은 “최악의 기분이다. 울 것 같다”며 답답해했다.
대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대전 ㅣ 박화용기자 inph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