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두 얼굴의 스포테인먼트’

  • 입력 2008년 5월 6일 08시 47분


끝없는 ‘감동 이벤트’ 팬 환호…원정팀 배려 않는 ‘홍보성 행사’ 눈총

SK의 두 얼굴, ‘팬 퍼스트 & 방문팀 워스트.’ SK 와이번스는 5일 어린이날 관중 20만명을 돌파했다. ‘롯데 광풍’에 가렸어도 총 관중 65만명을 넘어선 작년보다 빠른 페이스. 롯데와 달리 자연발생적 황금시장이 아닌 척박한 불모지를 개척했기에 그 퀄리티는 각별하다. SK 프런트의 열성이 어우러진 스포테인먼트 2.0의 성취라 할 수 있다. 김성근 감독의 용병술이 어우러지며 압도적 1위 질주까지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SK 팬들의 행복감과 별개로 방문팀들은 SK에 지는 것도 서러운데 자존심에 상처받는 일까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근본적 문제는 SK가 이런 현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는 유독 SK가 예전 1위팀들과 비교해 마찰이 잦은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윤을 바라지 않는 헌신 마케팅

SK 스포테인먼트 2.0의 핵심은 ‘고객 만족, 나눔 경영’에 방점이 찍힌다. 5일의 볼 독 이벤트만 해도 미르란 이름의 개를 한 번 부르는 데만 50만원이 든다. SK는 미르의 일당으로만 연 2000만원을 편성했다.또한 SK는 토요일 경기 직후 실시해 온 불꽃놀이도 올해부턴 조명을 끈 상태에서 테마별로 스토리라인을 만들어 진행하는 등, 업그레이드시켰다.

앞서 SK는 와이번스 랜드를 확장해 ‘해피 존’과 ‘키드 존’으로 나눴다. 3억원 이상을 투입했고 놀이동산을 문학구장의 롤 모델로 삼고 있는 SK는 서비스 전문 교육기관에 직원들을 위탁해 교육까지 시켰다. 신영철 사장은 “왜 이윤도 안 나는 일을 SK가 하는지 생각해 달라”고 했다. SK 그룹의 정신인 ‘나눔 경영’을 홍보 전위부대격인 SK 야구단이 실천하는 셈이다.

좋게 보면 4일 SK의 ‘태평양 데이’도 이득도 안 되고, 리스크는 크지만 인천 팬들을 위해 시도한 실험이었다.

○왜 존경받는 1위가 되지 못하나

SK는 지난 시즌 도중 ‘투수교체시 카트를 원정팀에 제공한다’고 매스컴에 발표했다. 그러나 그 어떤 구단도 카트를 쓰지 않고 불펜에서 마운드까지 뛰어가는 쪽을 택했다. SK는 ‘왜 우리가 호의를 베푸는데 상대팀이 이해를 못하나’는 식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SK가 타 팀들로부터 존경받는 1위가 되지 못하는지 짐작되는 단초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인드 자체가 부재한 것이다.

올 시즌만 해도 SK는 8회초 방문팀 공격 전 상대팀의 응원가를 틀어주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응원가는 나오지 않았다. 어느 팀도 이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SK는 이런 사안을 원정팀이 아니라 언론에다 대고 얘기한다.

논란이 된 ‘태평양 데이’ 역시 SK의 순수성을 수긍해도 의욕과잉이란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그런데 5일 홈페이지에 ‘일각에서 부정적 의견이 개진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이벤트를 통해 인천야구팬들은 이전보다 더 단단해지지 않았나 하는 판단’이라 썼다.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됐는데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두산과의 충돌로 나주환이 다쳤을 때도 SK는 ‘전치 3주’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나주환은 3일 만에 돌아왔다. 이에 대해 “병원 진단서를 믿냐?”고 대응하는 것은 순전히 팀의 자기중심적인 사고 때문이다.

또 하나, 타 구단에서 경기 중 SK 일본인 코치의 야유가 매너를 벗어났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상대팀이 껄끄럽게 생각해도 룰에 저촉되지 않으니 괜찮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라고 여긴다면 바로 그러니까 SK에 우군이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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