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차분히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그의 눈빛은 평소보다 더 날카로웠다.
5일 광주 KIA전을 앞둔 롯데 선발 송승준(28). 간단하게 과일로 배를 채운 그는 ‘서재응(31)과 두 번째 맞대결을 하는데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특별한 느낌은 없다”면서도 “형과의 대결보다도 또다시 낮 경기 등판이라 그게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송승준과 서재응은 미국에서 나란히 외로운 투쟁을 계속하던 시절, 누구보다 가깝게 지냈던 사이. “2003년부터 2004년까지 특히 2년 동안 (김)선우(두산)형과 함께 셋이 정말 친하게 지냈다. 스프링캠프 때는 형수들이 해 주는 밥도 얻어먹고 매일 같이 지냈다”는 게 그의 말.
송승준과 서재응은 지난달 13일 사직에서 이미 한차례 맞대결을 펼쳤던 터. 당시 송승준은 5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시즌 3승을 챙겼지만 서재응은 6이닝 4실점으로 2패째를 안았다. 어쩌면 송승준은 서재응과의 대결을 피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승패가 갈려야하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는 송승준을 놔두지 않았고, 이번에도 승자는 동생이었다.
송승준이 또 한번 ‘형님’을 눌렀다. 송승준은 5일 KIA전에서 5.1이닝 2실점의 수준급 피칭으로 시즌 4승(2패)을 수확했다. 반면 그와 절친한 선배 서재응은 5이닝 5실점으로 또 한번 고개를 떨궜다.
송승준은 경기 후 “지난 4월 사직게임 때는 사실 의식이 됐지만 이번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다. 최근 잇달아 낮 경기에 등판하면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눈이 부셔 고전했다. 그래서 오늘은 더 집중하려고 마음먹었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서재응에게 해 줄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감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답한 송승준은 “사직 경기가 끝난 뒤 형이 먼저 수고했다고 전화했다”면서 “이번에는 고생하셨다고 내가 먼저 전화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직전 2경기에서 잇달아 패전을 하는 등 채 5이닝도 버티지 못했던 그는 “그 동안 직구와 포크볼, 두 구질로 단순하게 승부해서인지 수싸움에서 밀린 것 같았다”면서 “그래서 오늘은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을 섞어 다양하게 던진 게 주효했다”고 승인을 분석했다.
광주=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