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예지는 화살을 쏠 때마다 뒤를 돌아본다. 망원경으로 표적을 주시하고 있는 코치의 조언에 따라 다음 화살을 준비하려는 것. 곽예지는 “예전부터 해 오던 버릇”이라면서 “아직 언니들보다 부족해서”라며 웃었다. 주현정은 “얼굴에서 경기를 잘했는지 못했는지가 다 드러난다”고 했다. 시종일관 밝았던 주현정, 알고 보니 첫째 날 1위. 박경모는 유일하게 선글라스를 끼고 사선에 선다. 패션에도 신경을 쓰느냐고 물었더니 “도수가 있다”고 했다. 박경모의 시력은 0.7. 눈부심을 방지하는 것은 덤이다. 하지만 개인을 놓고 보면 ‘어제와 같은 오늘’을 만들어내는 싸움이다. 이창환은 “양궁은 항상 일정하게 놓는 감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훈련이 자칫 지루할 수도 있다”면서 “조금 더 나아지고 있다는 것에 재미를 느껴야만 슬럼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했다.
스타일은 달라도 목표는 하나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당연히 금메달’이라는 부담감. 윤옥희는 “월드컵 이후 주변 반응에 솔직히 서운했다”고 털어놓았다. ‘당연히’라는 말은 또 다른 이름의 무관심이다. 지금, 한국양궁에 따뜻한 격려를.
태릉=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