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스퀴즈 실패, 해바라기씨가 주범

  • 입력 2008년 5월 8일 08시 50분


‘해바라기 씨가 스퀴즈 번트의 주범.’

롯데 자이언츠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6일 한화전에서 1-2로 뒤지던 4회말 1사 2·3루에서 스퀴즈 번트를 ‘지시’했다. 볼 카운트 1-1에서 롯데 9번 좌타자 이승화는 한화 좌완 선발 류현진의 3구째에 기습 번트를 시도하려 했다.

그러나 류현진의 볼은 바깥쪽으로 빠지는 강속구였고, 이승화는 미처 방망이에 공을 맞히지 못했다. 이 사이 홈으로 쇄도하던 주자 강민호는 황급히 3루로 돌아갔으나 런다운에 걸렸고 2루에서 3루로 향하던 2루주자 정보명이 횡사했다. 이어 이승화마저 삼진 아웃 당해 롯데는 1점도 얻지 못했다. 좌투-좌타 대결시 스퀴즈 번트는 극히 위험하다는 야구의 상식을 감안하면 괴이한 작전이 아닐 수 없었다. 과연 로이스터는 왜 스퀴즈 깜짝 작전을 시도했던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로이스터는 작전을 건 적이 없었다. 다만 씹고 있던 해바라기 씨가 입주위에 붙어서 그것을 떼어내려 무심코 얼굴에 손을 갖다 댄 것이 엄청난 ‘파문’을 몰고 왔다. 이를 약속된 번트 사인이라고 파악한 코치진과 선수들은 곧바로 스퀴즈를 실행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재앙이 됐지만 로이스터는 7일 한화전에 앞서 “성공할 수도 있었는데 공이 너무 나쁘게 왔다”라고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김인식 감독조차 “그 상황에서 스퀴즈를 댈지 생각도 못했다”라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허를 찌른 묘수임엔 틀림없었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반복될 경우, 롯데가 기습 스퀴즈 번트를 또 강행할 것 같진 않다. 로이스터가 “앞으론 풍선껌을 씹겠다”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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