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웨일스 카디프대에서 2일 ‘한국 축구 지도에 있어서 체벌’이란 제목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김희호(27·사진) 씨.
그는 차범근축구교실 출신으로 서울 용강중과 서울체고, 인천대에서 선수생활을 하다 대학 4학년 때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고 일찌감치 지도자의 길로 나섰다. 김 씨는 “국가대표급도 아니었고 부상까지 당했으니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게 좋을 것 같았다”고 했다.
김 씨는 당시 인천대 감독이던 강신우 MBC 해설위원의 도움으로 축구 종주국 영국에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2004년 비행기에 올랐다. 어학연수부터 시작한 공부는 쉽지 않았다.
경비를 마련하느라 아르바이트까지 해야 했지만 클럽에 가입해 틈틈이 축구를 하며 어려움을 이겨냈다.
김 씨가 2006년 석사 과정에 들어가 이번에 발표한 논문은 체벌이 없어진 유럽에선 화제를 모았다.
한국의 선수와 지도자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과거 체벌을 당했던 지도자들이 다시 체벌을 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게 논문의 결론. 현지 반응은 “체벌 없이도 잘 가르칠 수 있는데 어떻게 선수를 때릴 수 있느냐”는 게 대부분이었다.
김 씨는 유럽축구연맹(UEFA) 지도자 자격증 A급도 땄다. 이제 P급만 따면 유럽에서도 프로팀을 지도할 자격이 생긴다. 그는 “축구를 그만두고 공부하기가 처음엔 쉽지 않았는데 이제 익숙해졌다. 내가 평생 했던 축구를 공부해 더 재미있다. 좀 더 노력해 훌륭한 지도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