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적인 선수에게 패시브를 주던 방식에서 심권호의 경기운영은 돋보였다. 초반에 밀어붙여서 점수를 따거나 패시브를 얻어냈다. 공격의 방식도 다양하다. 한번에 태클을 시도하기도 하고, 들어갈까 말까 타이밍을 재다가 덮치는 경우도 있다. 양궁의 오조준처럼 연애를 할 때도 타깃의 주변을 먼저 공략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심권호는 “다른 곳을 치는 척하다가 태클을 걸기도 한다”고 했다.
경기스타일처럼 심권호의 언변은 거침이 없다. 그 덕에 2004아테네올림픽 때는 해설자로 유명세를 탔다. 정제되지 않은 비방송용 코멘트가 시청자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심권호는 “원고를 준비해 가면 오히려 더듬는다”면서 “자료는 머릿속에 다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의 느낌을 전달하는데 주력한다”고 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심권호의 괴성해설을 들을 수 있다. 심권호는 “한국 선수 경기인데 어떻게 소리를 안지를 수 있냐?”고 물었다. “훈수 두는 사람이 더 잘 보이듯 해설을 하다보니 지도자의 안목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이어 “이번에도 거침없는 입담을 보여주겠다”고 귀띔했다. “정지현, 너는 올림픽 두 번 나가서 금메달 따라.” 4년 전 아테네에 울려 퍼진 심권호의 당부, 베이징에서 꼭 실현되길.
성남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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