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산책]승부 집착하는 대학축구 멀리보는 혜안 필요하다

  • 입력 2008년 5월 16일 03시 03분


‘소탐대실(小貪大失·작은 것을 탐내다가 큰 것을 잃음)’이라고 했다. 요즘 대학을 포함한 한국 아마축구가 딱 그 상황이다.

대한축구협회는 ‘공부하는 축구 선수 만들기와 팬 확보’라는 모토를 내걸고 1일부터 수도권 10개 대학(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명지대 성균관대 수원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을 위주로 홈 앤드 어웨이 시범 U리그를 시작했다. 축구 발전을 위해 리그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한 10개교는 매주 목요일 오후 경기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그런데 개막 그 다음 주부터 일정이 엉망이 됐다. 건국대-광운대, 경희대-수원대가 6일(화요일) 경기를 했고 고려대-한양대, 경희대-연세대가 14일(수요일)에 경기를 했다. 이유는 건국대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가 9일 강원 양구군에서 개막한 전국춘계 1, 2학년 대학대회에 참가해 일정이 겹쳤기 때문이다. 당초 이 대학들은 U리그에 집중하겠다며 1, 2학년대회 불참을 약속했다.

양구로 간 한 대학 감독은 “솔직히 ‘파리 목숨’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한마디는 대학을 넘어 모든 아마추어 축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감독들이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처지라 성적을 내지 못하면 목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축구 발전을 위해 리그화가 정답이지만 감독들의 ‘밥줄’ 때문에 토너먼트대회가 아직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각급 연맹으로선 많은 팀을 한곳에 모아 경기를 하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수억 원을 ‘리베이트’ 형식으로 받을 수 있으니 그 ‘유혹’을 떨쳐내기 힘들다. 팀을 키우는 학교는 우승이나 준우승, 4강이라는 성적표에 우쭐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한국 축구를 ‘승리 지상주의’로 몰고 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한 감독이 아마추어 팀을 수십 년간 지도하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를 성적 내기보다는 선수들이 즐기며 배우는 교육으로 보기 때문이다.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현재의 악순환 시스템을 깨지 못하는 한 한국 축구는 영원히 후진성을 면치 못할 것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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