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돌아왔느냐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힘들었는데…. 이젠 좀 부담을 덜었어요.”
11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KB스타투어 1차 대회에서 우승한 조아람(23·ADT)은 지난해까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다 올 시즌 국내에 컴백했다.
누구나 꿈꾸는 미국 무대였기에 그 역시 스스로 실패를 인정하는 것 같아 돌아올 결심을 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귀국길에 오른 뒤 이번에 정상에 올라 자신감을 회복한 게 큰 수확이었다.
올 시즌 KLPGA투어에는 조아람처럼 LPGA투어에 진출했다 U턴한 문수영(24), 이지연(27), 고아라(28)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원대한 목표를 갖고 미국에 진출했다 신통치 않은 성적만을 남긴 채 이런 저런 이유로 돌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아람은 LPGA투어에서 3시즌을 뛰는 동안 최고 성적이 공동 10위였다. 지난해 19개 대회에서 번 상금은 4만8604달러에 불과했다. 이번에 우승 상금 3600만 원을 챙긴 그는 올 시즌 KLPGA투어 5개 대회에서 4000만 원 가까이 벌었다.
문수영은 국내 복귀 후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KB스타투어 2차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이지연도 지난해 솔모로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고아라 역시 2000년 KLPGA 신인왕에 오른 뒤 미국에 건너가 부진을 거듭하다 2003년 국내에 돌아와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조아람과 문수영은 “미국에서는 이동거리가 워낙 멀어 힘들뿐더러 코스도 길고 러프가 워낙 억세다. 하지만 한국은 OB가 많기 때문에 코스 난도에 큰 차이는 없다”고 말한다. 다만 미국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이 도움이 된다고.
최근 해외파 골퍼의 국내 컴백이 늘어난 것은 KLPGA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반엔 연간 10개 남짓의 대회에 평균 상금 규모가 1억5000만 원 정도였으나 올해는 27개 대회에 평균 상금도 3억∼4억 원으로 늘어났다.
LPGA투어에서 뛰려면 한 해에 경비만 2억 원 가까이 들어가다 보니 변변한 스폰서가 없는 선수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린다. 막연한 희망을 품고 미국 투어에 잔류하는 것보다는 국내 투어가 더 실속이 있다는 얘기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