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전을 기다리던 신지애(20·하이마트)는 천둥소리가 나자 몸을 움츠렸다. 번개가 치는 날이면 집 밖에도 안 나가는 그였다. 하지만 클럽을 잡을 때마다 언제 그랬냐는 듯 흔들리지 않고 파 행진을 이어갔다.
‘국내 최강’ 신지애가 연장 세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슈퍼 루키’ 유소연(18·하이마트)을 꺾고 시즌 3승을 거뒀다.
신지애는 18일 경기 용인시 태영C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합계 3언더파 213타로 마친 뒤 연장에서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지난주 일본여자프로골프 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 연장 다섯 번째 홀에서 4퍼트로 우승을 놓친 아쉬움도 달랬다.
첫날 3타를 잃어 공동 19위로 처졌던 신지애는 2, 3라운드에서 잇달아 3타를 줄이는 뒷심을 발휘했다. 우승 상금 1억3000만 원을 보태 다승과 상금(2억5900만 원) 선두를 지켰다.
신지애에 2타 앞선 공동 선두로 출발한 유소연은 전반을 마쳤을 때까지만 해도 신지애를 4타 차로 따돌려 시즌 2승을 거머쥐는 듯했지만 17번 홀(파4)에서 보기를 해 이 홀에서 버디를 잡은 신지애와 동타가 됐다.
둘은 18번 홀(파5)에서 열린 연장 두 번째 홀까지 나란히 파 세이브를 했지만 연장 세 번째 홀에서 유소연의 세 번째 샷이 그린을 빗나간 데 반해 신지애의 공은 핀 2.5m 옆에 붙으면서 승부가 갈렸다. 신지애는 “번개를 맞더라도 골프장에서 맞자는 생각으로 경기했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