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광주 KIA전을 앞둔 LG 포수 조인성은 모 유명사 마크가 새겨진 배트 두 자루를 팀 후배인 박경수와 김태완에게 각각 한 자루씩 선물했다. “열심히 하는 후배들이 보기 좋아 주고 싶었다”는 게 그의 말.
그런데 이런 선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두 후배는 경기 전 프리배팅 때 그 배트가 아닌 평소 쓰던 방망이로 훈련을 했다.
뒤늦게 이를 알아 챈 조인성. 지나가던 박경수를 불러 세우더니 “왜 그 방망이 안 쓰냐. 마음에 안 드냐?”고 물었다. 대답이 재미있다. “느낌도 좋고 너무 비싼 거라 찬스 때 쓰려고 아껴 두려고요. 부러지면 아깝잖아요.”
비싼 방망이를 어렵게 구해줬건만 ‘아껴두겠다’는 말에 갑자기 화(?)가 난 조인성. 나름대로 험악한 표정으로 “오늘 안 쓰면 압수할 거야”라고 윽박질렀다.
이미 준걸 빼앗을리 만무하다는 걸 알기 때문일까. 그래도 박경수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주자 있는 찬스 때 쓸 거예요. 귀한 건데 아껴 써야죠.”
강하게 나가던 조인성도 이젠 안 되겠다 싶었는지 갑자기 말투가 부드러워졌다. 강압적인 모드에서 애걸 모드로 변화. “야, 안 부러진다니까. 나도 올해 방망이 두개 부러진 게 다야. 괜찮아 써. 부러지면 또 구해줄게.”
이를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조인성의 동기생 손인호의 한마디. “인성아, 그러지 말고 나나 한 자루 구해줘라. 내 당장 들고 나갈게.” 이에 대한 조인성의 대답은 간결했다. “됐다, 임마.”
광주=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