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산책]‘느린 야구’ 선수들 인식부터 바꿔야

  • 입력 2008년 5월 23일 02시 55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2일 각 구단에 ‘스피드업 규정’을 엄수하라고 강조했습니다. 구단과 팬들은 경기가 ‘민첩하고(sharply) 시원시원하게(crisply)’ 진행되었으면 하는 공통의 바람을 갖고 있다고 덧붙이면서요.

경기 시간 단축은 한국 미국 일본에서 모두 자주 등장하는 주제입니다. 그만큼 문제 해결이 안 되고 있다는 이야기이겠지요.

국내 프로야구는 22일 현재 경기당 평균 시간이 3시간 18분이나 됩니다. 지난해보다 1분 줄긴 했습니다만 1990년대까지는 대부분 시즌이 3시간을 넘지 않았습니다.

경기가 늘어지면 팬들도 지루합니다. 모처럼 야구장을 찾았다 교통편이 끊겨 고생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82년 출범 원년부터 프로야구 요강에 ‘경기의 스피드업’을 명시했고 수차례 개정했습니다만 크게 나아진 건 없습니다. 아직까지 많은 감독과 선수가 경기 시간 단축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야구를 왜 급하게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잦은 투수 교체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투수와 타자가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야구의 묘미입니다. 5회가 끝난 뒤 실시되는 클리닝 타임을 없애자는 얘기도 나옵니다만 마케팅 측면에서는 좋은 기회입니다.

제도 정비와 제재도 좋지만 선수들의 인식 변화가 먼저인 것 같습니다.

‘공수 교대 시 전력 질주한다고 몇 초나 줄어’라고 생각하는 선수도 있을 겁니다. 9회말까지 한다면 한 경기에서 모두 17번의 이닝 교대가 있습니다. 10초만 줄여도 약 3분이 절약됩니다. 타자들이 자신의 테마송이 끝날 때를 기다리는 대신 4, 5초만 타석에 일찍 들어서도 3, 4분은 줄일 수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KIA 서재응은 최근 “국내 투수와 타자는 준비 동작에서 시간을 너무 소비한다”고 했습니다.

일본은 3월 ‘그린 베이스볼 프로젝트’를 통해 과거 10년간 평균인 3시간 18분에서 6%(12분) 단축이라는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환경 보호를 위해 2005년 교토의정서에서 약속한 온실가스 배출량 6% 감축이 근거가 된 조치지만 5월 초까지 센트럴리그는 3시간 4분, 퍼시픽리그는 3시간 7분으로 성공적입니다. ‘얼마 줄이자’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힘을 발휘한 듯합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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