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날두, 천적 콜 피하려 왼쪽 미드필더 배치
→ 하그리브스 컨디션 좋아 오른쪽 선발로 낙점
→ 뒤질경우 대비 공격력 강한 긱스-나니 후보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박지성(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예상과 달리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다.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와 첼시의 결전을 앞두고 발표된 18명의 엔트리에 박지성의 이름은 없었다.
왜 그랬을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숙소인 크라운플라자호텔에서 스타디움으로 떠나기 직전 박지성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결장을 통보했다. 또 그는 경기 직전 “훌륭한 선수를 명단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힘겨운 결정이었다”며 “오언 하그리브스의 몸 상태가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
이는 퍼거슨 감독이 첼시의 공격 패턴을 역이용한 전술 변화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맨체스터의 주공격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자리 변경을 한 것이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위치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퍼거슨 감독은 첼시가 수비수 마이클 에시엔을 오른쪽에 배치할 것에 대비해 호날두를 왼쪽 미드필더로 배치했다는 설명. 에시엔은 중앙 미드필드가 주무대인 선수로 측면 수비를 시켜도 중앙으로 파고드는 성향을 보인다. 호날두와 에시엔을 맞대결시킬 경우 호날두가 에시엔의 측면 빈틈을 파고들 것을 노린 것이고 이는 보기 좋게 적중했다. 호날두는 선제골을 뽑았다.
왼쪽에는 호날두의 ‘천적’이라고까지 불리는 애슐리 콜이 있어 이를 피하는 것도 필요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호날두는 번번이 콜에게 막혔고 이날 경기 전까지 첼시 전에서는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결국 호날두가 옮겨간 왼쪽 미드필더 자리는 평소 박지성이 주로 뛰는 자리다. 호날두를 이곳에 배치할 경우 박지성은 오른쪽 미드필더로 옮겨가는데 이곳에는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던 하그리브스가 있어 박지성은 선발 명단에서 빠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교체 명단에는 팀이 뒤질 경우를 대비해 박지성보다 공격력이 좋은 라이언 긱스, 나니 등이 들어갔고 결국 박지성의 자리는 없었다는 해석이다. 한편 박지성은 24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3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요르단과의 3차전에 출전한다. 시즌을 마친 박지성은 6월 7일 요르단, 14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원정경기와 22일 북한과의 서울경기까지 대표팀에서 뛸 예정이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