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태릉선수촌 체력단련장. 한창 웨이트트레이닝 중이던 여자하키대표팀 공격수 박미현(22·사진)은 인터뷰 요청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최근 끝난 베이징 올림픽 여자하키 최종 예선에서 거의 매 경기 골을 터뜨렸고, 대회 최우수선수로 뽑히며 한국의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그는 2003년 처음 대표팀에 뽑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했고 2006년, 2007년에는 국제하키연맹이 선정한 영플레이어 상도 탔다.
외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서 단독 인터뷰는 처음이란다.
그는 “개인 인터뷰는 못해 봤다. 비인기 종목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하키를 하던 언니(박나현·은퇴)를 따라 10년간 스틱을 잡은 그에게 이번 예선전은 특별했다. 그는 “경기 때마다 300여 명의 캐나다 현지 교민들이 경기장을 찾아 응원해 줬다. 국내에서 10명의 관중을 앞에 두고 경기하는 것과는 정말 달랐다”고 말했다. 그런 응원 덕분에 대표팀은 6전 전승을 거뒀다.
사실 이번 대회 최다득점상(7골)은 동갑내기 김종은(22·아산시청)의 몫이었다. 하지만 주최 측의 실수로 김종은의 1골이 박미현의 골로 기록되며 그에게 돌아갔다. 그는 “너무 미안했다. 그래도 웃고 대해 주는 친구가 있어서 이번 대회가 더욱 편하다”고 말했다.
18세에 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그는 현재도 팀의 막내급. 그는 “어리긴 해도 대표팀에 4명뿐인 올림픽 경험자이다. 후배들이 점점 없어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팀의 사기만큼은 최고”라며 활짝 웃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