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과 짧은 대화를 마친 김 감독은 사정을 설명했다. 김 감독에 따르면 클락은 최근의 타격 부진 때문에 감독에게서 직접 조언을 구하려고 했다.
최근 5경기 타율이 0.263에 그치고, 쉴새없이 터지던 홈런포도 전날까지 8경기째 침묵하자 평소 존경해오던 김 감독에게 처방을 요청한 것.
클락은 한화에 합류하자마자 “월드베이스볼(WBC) 4강 감독”이라며 김 감독에게 경의를 표해왔다. 한국에 온 용병선수 대부분은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는 편. 적응에 필요한 정보는 주로 통역과 동료 용병에게, 기술적인 조언은 코치에게 의존한다. 그러나 팀 합류 직후부터 동료들과 코칭스태프로부터 ‘모범생’이라는 평을 들어온 클락은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노장 감독을 활용하는 센스와 지혜를 발휘했다. 클락의 자문에 기꺼이 응한 김 감독은 “이제 한국투수들이 너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승부처에서는 유인구를 던지는 거야”라는 간단명료한 해답을 줬다. 공교롭게도 클락은 ‘족집게 과외’에 화답이라도 하듯 LG전 3회 1사 1루서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시즌 14호 투런아치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청주=정재우 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