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육상 100m 트랙에 번개가 쳤다. 대표팀 동료 아사파 파월이 세웠던 세계기록(9초74)을 8개월여 만에 0.02초 앞당긴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22)가 그 주인공이다.
볼트는 1일 미국 뉴욕 아이칸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리복그랑프리대회 남자 100m에서 초속 1.7m의 바람을 등에 업고 9초72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볼트는 일찌감치 세계 육상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2년 세계육상주니어선수권대회 200m에서 금메달, 400m와 16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스타로 떠올랐다. 그때 얻은 별명이 ‘번갯불 볼트(Lightning Bolt)’.
그동안 볼트의 주 종목은 200m였다. 2004년 200m에서 주니어 선수로는 처음 20초 벽을 무너뜨리면서 주니어 세계기록(19초93)을 세웠고 지난해에는 19초75로 36년 묵은 자메이카 기록을 깨뜨렸다. 지난해 8월 오사카 세계선수권 200m에서는 19초91로 타이슨 게이(19초76·미국)에게 뒤져 2위를 차지했다. 그는 평소 “200m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훈련 차원에서 100m를 뛴다”고 말해 왔다.
국제대회 100m에서 볼트의 이름이 등장한 것은 지난해 7월. 당시 최고기록이 10초03이었던 볼트는 올해 3월 같은 기록을 찍더니 지난달 4일 자신의 세 번째 국제대회인 자메이카 킹스턴 초청대회에서 9초76을 기록하며 육상 팬들을 놀라게 했다. 2주 뒤 스페인에서 9초92로 주춤하는가 싶더니 다시 2주 뒤 세계기록을 세웠다.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9초85로 2위에 그친 게이는 “볼트와 나는 달리는 리듬이 비슷했지만 그의 보폭이 훨씬 컸다. 그는 완벽한 레이스를 펼쳤다”고 말했다. 볼트의 키는 196cm, 게이는 183cm다.
볼트가 8월 베이징 올림픽 100m에 출전할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100m 세계기록을 세우면서 볼트의 ‘스프린트 더블(단거리 2종목 우승)’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100m와 200m를 동시에 석권하는 스프린트 더블은 당대 가장 빠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영예다. 올림픽에서는 ‘육상의 전설’ 제시 오언스(1936년), 칼 루이스(1984년) 등 8명이 나왔다.
세계기록이 1년도 안 돼 깨지면서 인간의 한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파월은 지난해 9월 인간 한계의 1차 관문으로 여겨졌던 9초75를 돌파했다.
아르민 하리(당시 서독)가 1960년 처음으로 10초00을 기록한 뒤 짐 하인스(9초95·미국)가 9초대에 진입하는 데 8년이 걸렸고 캘빈 스미스(미국)가 이를 0.02초 앞당기는 데 15년이 흘렀지만 과학의 발달과 훈련 방법의 변화로 기록 단축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일본 연구팀은 기술 혁신 추세와 역대 선수들의 장점만 모아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2050년쯤에는 9초50대도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한국은 서말구 육상대표팀 감독이 1979년 멕시코 유니버시아드에서 세운 10초34가 29년째 최고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