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이후 중동 원정 승률은 고작 25
허 감독의 지적대로 한국은 최근 중동 원정(중앙아시아 포함)에서 유독 어려움을 겪어왔다. 2002월드컵 이후 중동 지역에서 가진 중동 국가와의 대결에서 2승2무4패(승률 25)만을 올리는데 그쳤다. 또 중동만 가면 한 수 아래로 꼽히는 동남아 국가에게도 고전을 면치 못해 안타까움을 안겼다.
움베르토 코엘류 감독 시절인 2003년 10월 오만으로 아시안컵 예선 원정을 떠난 한국은 베트남에 0-1로 졌고, 이어 오만에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이른바 ‘오만 쇼크’였다.
한국이 중동 국가와 경기를 치러 승전고를 울린 마지막 기억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끌던 2006년 2월22일 시리아 알레포서 치른 시리아와 아시안컵 예선전 2-1 승리였으니 무려 2년이 넘도록 중동을 적지서 꺾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왜 약한가
조건부터 좋지 않다. 한낮 기온이 섭씨 35도에 육박할 정도로 무덥지만 일교차가 10도가 넘는다. 아울러 음식도 골칫거리다. 상대방의 일방적인 응원과 고르지 못한 잔디도 한국 특유의 조직력과 스피드를 살리는데 어려움을 준다. 한 축구인은 “전력은 우리가 단연 앞서지만 외부 상황이 변수”라며 “철저한 현지 적응만이 우리가 살 길”이라고 했다. 2일 투르크메니스탄 원정에서 0-0으로 비긴 북한의 김정훈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홈페이지를 통해 “너무 날씨가 뜨거워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한국은 지난 달 31일 요르단과 홈 경기에서 2-2로 비긴 만큼 최종 예선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요르단을 꺾어야 한다.
한때 적막감만 맴돌던 선수단 분위기는 출국에 앞서 활기찬 훈련 모습으로 되돌아왔고, 부상 선수들도 거의 제 컨디션을 되찾았다. 허 감독은 “정신적으로 완벽히 무장됐다. 꼭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다짐했고, 선수들도 “단합된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좋은 추억보다는 나쁜 기억이 더 많은 한국 축구의 ‘중동 원정’이 이번에는 어떤 결말이 날 지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으로 축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사진=김종원기자 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