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락가락 내리는 흐린 날씨. 하지만 이들은 우의와 우산을 챙겨든 채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사직구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1루 측 응원단 앞자리. 치어리더와 함께 열정적인 응원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 유니폼 차림의 김창훈(26·대학생) 씨는 “롯데 홈경기는 물론 원정경기까지 다녔다”며 “롯데가 최근 몇 년간 성적이 안 좋았지만 올해는 가을잔치(4강)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영근(21·대학생) 씨는 “학교 강의가 없어 창원에서 야구를 보러 왔다”며 “이제 야구장은 대학생들의 데이트코스가 됐다”고 전했다.
남녀노소의 명소가 된 사직구장은 3일 현재 올 시즌 58만 명의 관중이 들었다. 지난해에 비해 48% 증가한 수치다. 1992년 사직 최다 관중인 120만9632명도 넘어설 태세다.
롯데 선수들은 그런 ‘부산 갈매기들’이 고맙기만 하다.
올 시즌 친정팀 롯데로 돌아온 마해영은 “부산 팬은 선수들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직구장 경기는 1회 초 1사 1루에서 장대비가 쏟아져 노게임이 선언됐다. 하지만 6000여 부산 야구팬은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고 롯데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했다.
롯데 가르시아와 정수근은 아쉬워하는 팬을 위해 타격 포즈를 취한 뒤 베이스를 돌아 홈 슬라이딩하는 ‘서비스’를 선사했다.
부산=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