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멤버들 지도자로 코트 호령, 10년만에 제2 전성기
1980, 90년대 배구 팬들에게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는 팀이 하나 있다.
당시 실업배구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고려증권과 현대자동차써비스(현 현대캐피탈)의 라이벌전. 두 팀의 경기에는 많은 팬이 몰렸고 손에 땀을 쥐는 경기가 펼쳐졌다.
물샐 틈 없는 조직력과 튼실한 기본기로 호화 군단 현대자동차써비스를 물리치고 6번이나 정상에 올랐던 고려증권. 올드 팬들에게 ‘한국 배구 하면 고려증권’이라는 말이 각인되었다.
고려증권은 모회사의 부도로 1998년 해체됐다. 10년이 지난 지금 고려증권이 부활하고 있다. 코트를 뛰는 선수가 아닌 코트를 호령하는 지도자로서 옛 고려증권 멤버들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진준택(59) 전 고려증권 감독의 사령탑 복귀. 진 감독은 1986년부터 고려증권을 맡아 팀이 해체될 때까지 4차례나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2001년부터 한중대 교수를 맡았던 진 감독은 올해 대한항공 사령탑을 맡으면서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여자배구에서는 고려증권 출신들을 빼놓고 말하기 힘들다.
1990년대 고려증권의 조직 배구를 이끌었던 세터 이성희(41)는 GS칼텍스의 우승을 이끌면서 코치 생활 5년 만에 올해 감독으로 승격됐다.
레프트로 활약하며 잘생긴 외모로 인기를 누렸던 박삼용(40) KT&G 감독은 전년도 최하위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1994년까지 센터로 활약한 박주점(43) 한국도로공사 감독도 지난해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됐다. 흥국생명에는 어창선 코치가 2004년부터 뛰고 있다.
대표팀에서도 종횡무진이다. 1980년대 고려증권의 간판스타로 활약했던 유중탁(48) 감독은 지난해부터 남자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고려증권 시절 ‘속공의 귀재’로 불렸던 정의탁(47) 감독은 올해 남자 청소년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이 밖에도 홍해천 감독이 성남 송림고, 이경석 감독이 경기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이재필 코치는 일신여중에서 코치로 재직 중이다. 1980년대 한국 배구의 간판스타로 활약했던 장윤창(48)은 경기대 교수로서 배구계 안팎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