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옆으로 던지는 언더핸드 투수는 위에서 아래로 던지는 오버핸드 투수에 비해 포수까지의 거리가 멀다. 한편 공을 놓는 지점(릴리스 포인트)이 어디냐에 따라서도 거리는 달라진다. 팔을 최대한 포수 쪽으로 끌어와 공을 던지면 투수판과 포수까지의 거리가 1m 이상 가까워진다.
LA 다저스 박찬호(35)가 5일 콜로라도와의 경기에서 최고 시속 158km의 강속구를 던진 비밀이 여기에 있다. 박찬호는 올 시즌 2승 1패 1세이브에 평균자책 2.09의 수준급 투구를 하고 있다. 야구 관계자들은 “박찬호가 전성기의 ‘코리안 특급’으로 돌아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직구가 살아나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야구 아시아 1차 예선을 앞두고 박찬호의 직구는 최고 시속 145km에 머물렀다. 당시 대표팀 선동렬 수석코치는 “팔로만 공을 던져 밋밋하다. 투구 마무리 동작에서 오른쪽 다리에 힘이 안 실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최근 박찬호의 직구는 평균 150km대를 유지하고 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박찬호가 투구 폼에 변화를 주면서 구속이 빨라지고 공의 종속도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스리쿼터형으로 처졌던 팔이 위로 올라갔고 투구할 때 왼쪽 다리의 보폭을 넓혀 공을 최대한 앞으로 끌어와 던진다는 것이다.
○ 강한 하체가 볼 끝을 살리다
박찬호는 지난해 겨울 투수 조련의 대가로 알려진 톰 하우스가 운영하는 ‘피칭하우스 NPA(National Pitching Association)’에서 투구 폼 교정을 받았다. 흐트러진 투구 밸런스를 바로잡으면서 공의 위력도 되찾았다.
김시진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운영위원은 “박찬호의 하체가 강해진 게 ‘회춘(回春)’의 원동력”이라며 “박찬호의 투구폼을 유심히 관찰하면 지난해에 비해 하체가 낮아졌다. 중심이동이 좋아지면서 초속과 종속이 모두 좋아졌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