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열렸던 베이징 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대표팀 최종 선발전. 지난해 독일 슈투트가르트 세계선수권 평행봉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김대은(24·전남도청·사진)은 오른쪽 팔꿈치 타박상으로 선발전을 기권했다.
그는 나중에 체조협회의 추천으로 6명의 올림픽 대표팀 명단에는 올랐다. 그는 추천으로 대표팀에 들어간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 말을 하면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김대은은 양태영(28)과 함께 한국 남자체조의 핵심이다. 마루운동-안마-링-뜀틀-평행봉-철봉 등 6개 종목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다.
그는 스무 살의 나이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개인 종합 은메달을 따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것도 잠시. 올림픽 이후 왼쪽 어깨 부상 등으로 그는 체조계를 떠날 위기에 처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체조를 시작한 그에게 수술까지 해야 할 부상은 충격이었다. 그는 “체조를 포기할까 생각했다. 공부를 할까, 돈을 벌어야 할까 밤새 고민했다”고 말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를 3개월 앞두고 그는 1년여 만에 부상에서 회복됐다. 예선전에서 부상한 양태영 대신 아시아경기에 출전했다. 언제 부상이 있었냐는 듯이 그는 평행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언론에서는 그의 금메달을 놓고 ‘대신 딴 금메달’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화가 났다. 2인자라는 소리를 지긋지긋하게 들었던 그에게 그 꼬리표는 쉽게 떼어지지 않았다.
그는 “2인자 얘기를 주위에서 하면 태영이 형과 나는 그냥 웃고 넘어간다. 태영이 형은 경쟁의식도 있지만 함께하는 동료이자 절친한 선배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 “거만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금메달을 따고 나서 당당히 말하고 싶다. ‘내가 1인자다’라고….” 체조가 좋아 제 발로 코치를 찾아가 시작한 그에게 체조란 자기만족 이상의 그 무엇이다.
훈련을 하지 않는 저녁에는 영어 과외를 받는다. 지난해에는 대학원에 진학했다. 뒤늦게 공부에 재미를 붙인 그는 “몸은 지치지만 뇌는 안 지친다고 했다. 하고 싶은 것이 많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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