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감독은 12일 LG전에 앞서 “그거(선발예고제) 있어서 얼마나 득을 보는지 몰라”라며 상대 선발에 맞춰 맞춤형 라인업을 짤 수 있는 선발예고제 예찬론을 펼쳤다.
김 감독은 “선발예고제 안 하면 나도 그만둬야지”란 농담까지 섞으며 상대의 패를 들여다볼수록 SK의 분석야구가 효율적으로 작용하는 현실에 안도했다. 그럼 김 감독은 선발예고제가 시행되지 않았던 시절엔 어떻게 했을까.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쌍방울 감독 시절엔 경기 전에 (예상 선발 후보에 맞춰) 라인업 3개를 미리 써 놨다. 그리고 구장 바깥에 사람을 보내 제일 늦게 들어오는 투수가 누군지 지켜보게 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선발로 지명된 투수가 야구장에 늦게 들어올 가능성이 큰 만큼 거기서 힌트를 얻어, 미리 준비한 타순 3개 중 1개를 결정했다는 회고다.
이밖에 타순 교환 전에 상대팀 투수 훈련을 뚫어져라 보고 선발이 누군지 눈치 채는 방법도 있었다. 김 감독은 “선동열이 선발인 날은 솔직히 알아도 어차피 못 칠 텐데, 그래도 쳐다봤지. 그러니까 선동열도 이상하게 느꼈던 모양이야. 선동열이 신문에다 그 얘기를 했더라고”라며 웃었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퍼시픽리그가 선발예고제를 시행하지만 센트럴리그는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공히 선발을 며칠 전부터 발표한다.
선발예고제에 대해 노무라 가쓰야 라쿠텐 감독처럼 ‘승부의 세계에서 전력 노출이 웬 말이냐’라며 비판하는 이도 있다. 실제 노무라 감독은 센트럴의 야쿠르트에선 우승을 경험했지만 퍼시픽의 라쿠텐에선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그러나 관중과 매스컴의 흥미 유발이란 명분에 있어 선발예고제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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