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이야기를 시작하자 두 눈이 촉촉하게 젖었다. 이내 고였던 물기가 빰을 타고 주르르 흘렀다. “꼭 저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만 같아요.” 김윤미(26·동해시청·사진)는 4-5월 6차례에 걸쳐 열린 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선발전에서 10m 공기권총 대표로 선발됐다. 당초 유력한 후보는 소속팀 후배 박민진(22)이었다. 하지만 박민진은 베이징행이 확정적이던 6차 선발전에서 긴장한 나머지 실탄을 넣지 않고 격발, 한 발이 0점 처리됐다. 김윤미는 “어부지리로 나가는 것 같았다”고 했다. 둘은 소속팀에서 친자매 같은 사이. 경기가 끝난 후 언니는 동생을 끌어안고 슬픔을 같이했다. “저 역시 25m 권총에서 4차 선발전까지 1위였는데 실수 한발로 미끄러졌거든요.” 김윤미는 누구보다 그 아쉬움을 잘 알고 있었다.
김윤미는 “(박)민진이의 격려가 무엇보다 큰 힘이 된다”면서 “(박)민진이를 위해서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했다. 12일 창원종합사격장에서 열린 2008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는 전주곡이었다. 김윤미는 485.5점(본선 386점+ 결선 99.5점)으로 여자 일반부 10m 공기권총 1위를 차지했다. 김윤미의 최고기록은 388(본선)+102(결선). 합계 490점은 올림픽에서 충분히 금메달도 넘볼 수 있는 기록이다. 한편, 진종오(29·KT)는 50m권총 남자일반부, 이대명(20·한국체대)은 50m권총 남자대학부, 이보나(27·우리은행)는 트랩 여자일반부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창원=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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