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미묘한 규정, 심판도 헷갈린다

  • 입력 2008년 6월 13일 09시 15분


유로2008 B조 조별리그 네덜란드와 이탈리아의 경기(10일)에서 전반 26분 터진 반 니스텔루이의 골이 오프사이드 반칙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이탈리아 수비수 파누치는 공중 볼을 다투다가 동료 골키퍼 부폰과 부딪혀 골라인 밖에 누워있었고, 이 틈을 타 네덜란드 요리스 마테이선의 슛을 반 니스텔루이가 골문 앞에서 건드려 골을 성공시켰다. 이탈리아 수비수들은 반 니스텔루이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다며 일제히 손을 들었으나 주·부심 모두 이를 골로 인정했다.

논란1 유로2008 네덜란드 VS 이탈리아

축구에서 가장 어렵고 까다로운 규칙 중 하나가 오프사이드(Offside)다. 오프사이드는 전적으로 주심(터치라인에 있는 두 명의 부심이 주로 오프사이드 여부를 판단하지만 최종 결정 권한은 주심에게 있다)의 판단이 최종적이다.

하지만 주심이든 부심이든 육안으로 무 자르듯 오프사이드 여부를 확인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 니스텔루이 골은 그림으로만 보면 오프사이드 반칙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결코 오프사이드 반칙은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경기 규칙에는 ‘수비수가 상대편을 오프사이드 위치에 두기 위해 자신의 골라인 뒤로 걸어 나가면 주심은 경기가 계속되도록 허용하고, 이후 경기가 중단됐을 때 허락 없이 의도적으로 경기장을 떠난 이유로 수비수를 경고 조치한다’고 돼있다. 파누치 처럼 고의적으로 나간 것이 아닐 경우 경고를 받지는 않지만 그를 플레이 중인 선수로 간주한다.

파누치를 정상적인 수비수로 간주했을 때, 반 니스텔루이는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지 않은 것이다.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심판강사 김인수 서울시축구협회 부회장은 “고의 여부를 떠나 선수가 주·부심의 허락 없이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면 플레이에 가담한 것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권종철, 김대영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 역시 같은 견해를 보였다. 유럽축구연맹(UEFA)도 10일 홈페이지를 통해 같은 이유를 들어 “반 니스텔루이의 위치는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스콜라리 포르투갈 감독이 “반 니스텔루이의 득점은 틀림없는 오프사이드다”고 주장했던 것처럼 오프사이드 여부는 상당수의 축구 전문가조차 잘 모를 정도로 애매한 것이 사실이다.

논란2 2006월드컵 한국 VS 스위스

최고의 선수 뿐 아니라 최고의 심판들이 모이는 월드컵에서도 오프사이드는 종종 논란을 낳는다. 한국 역시 2년 전 독일월드컵에서 이 논란에 휘말렸다.

조별리그 3차전 한국이 스위스에 0-1로 뒤지던 후반 32분, 한국 진영 아크 정면에서 스위스 마르제라즈가 볼을 옆으로 패스하며 공격을 전개했다. 그러나 볼은 수비에 가담하던 이호의 발을 맞고 공교롭게도 한국 문전으로 방향이 바뀌었고, 스위스 공격수 프라이가 이를 잡았다. 부심은 프라이의 위치가 오프사이드라고 판단, 깃발을 들었으나 호라시오 엘리손도 주심의 휘슬은 울리지 않았고 프라이는 이운재를 제치고 볼을 골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한국이 0-2로 패해 16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국내 언론을 중심으로 ‘오심 논란’이 촉발됐다.

하지만 비디오 분석 결과 주심의 판정은 옳았다. 권종철 위원은 “당시 부심이 잘못 판단한 것이다. 마르제라즈의 패스가 프라이를 향하고 있지 않았고 볼의 방향이 수비수에 의해 바뀌었기에 명백하게 오프사이드 반칙이 아니다. 더구나 나중에 밝혀진 것이지만 마르제라즈의 패스가 출발한 시점에 프라이는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FIFA는 엘리손도를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2006월드컵 결승전 주심에 배정하며, 그의 판단이 정확했음을 뒷받침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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