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북쪽 기슭의 화방사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화방사는 임진왜란이 끝난 뒤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함께 숨진 순국 장병들의 영혼을 기리는 제사를 지냈던 호국사찰. 이 충무공이 순국한 관음포가 이곳에서 멀지 않다.
화방사 옆을 지나 남서쪽 방향으로 정상에 이르는 등산로는 정상까지 3km 정도 거리이고 느린 걸음으로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정상까지 가는 등산로는 산 동쪽 기슭의 오동마을, 아산마을, 남해읍내 근처 남해여중 부근에서 시작하는 길 등 여러 길이 있는데 화방사에서 시작하는 길이 거리가 가장 짧다.
정상에 서니 사방이 탁 트이고 한쪽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눈이 즐겁다. 정상에 오르기 전까지는 바람 한 점 없어 찜통 같더니 정상에선 산 밑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바람이 제법 세게 분다. 이날 산 주변으로 안개가 자욱해 아주 멀리는 보이지 않았지만 맑게 갠 날에는 내륙 쪽으로 지리산까지 보인다 한다.
정상에서 500m쯤 떨어진 송신탑까지 가는 완만한 능선 길은 길 폭이 넓고 평평한 데다 잔디까지 깔려 있어 걷는 재미가 일품이다. 또 철쭉 군락지라 5월에는 길 양옆으로 철쭉이 흐드러지게 핀다.
송신탑을 지나 서쪽 해안선과 평행하게 나 있는 능선 길로 내려왔다. 남쪽 기슭의 남해스포츠파크 부근 서상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거리가 5.78km인데 빠르게 걸어도 2시간은 잡아야 한다. 중간에 2개의 봉우리(수리봉, 학석봉) 덕분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당히 섞였다.
내려오는 길 옆 풀숲에 산딸기가 지천으로 열려 모두들 가시 넝쿨을 헤집고 산딸기를 따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산딸기를 따 먹어 본 적이 언제였던가.
남해=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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