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모든 선수가 이들처럼 국가대표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6일 특집 기사로 올림픽 메달을 따기 위해 국적을 바꾸는 선수들을 다뤘는데 이른바 ‘국적 스와핑(교환)’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의 조사에 따르면 1992년부터 따져 자국에서 국제대회에 출전한 경력이 있는 데 미국 국적으로 바꿔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는 50명 정도이며 이들은 총 8개의 올림픽 메달을 미국에 안겨줬다.
올해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미국 국적을 새로 취득한 외국인 선수 10명이 육상, 탁구, 카약 등에서 미국 대표로 출전한다. 케냐 남자육상 장거리 선수인 버나드 라갓이 대표적. 라갓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케냐 대표로 2개의 메달을 땄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국적을 바꾼 선수에게 3년간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빠져 나갈 구멍은 있다. 예를 들면 원 국적의 나라 또는 해당 종목 국제 연맹이 허락하면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국적 스와핑은 범세계적인 일이다. 자메이카의 여자 육상 스프린터 멀린 오티는 자메이카 대표로 6차례나 올림픽에 출전한 경력이 있는데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는 슬로베니아 선수로 출전했다. 당시 남자 육상 스프린터 말라치 데이비스는 영국 대표로 나섰지만 영국 땅은 한 번도 밟아 본 적 없는 미국인이었다. 삼단뛰기 선수인 야밀 알다마는 쿠바 육상 영웅이지만 당시 수단 대표로 출전했다.
국적 스와핑은 1990년대 초 옛소련 체제가 붕괴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옛소련 세계정상급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더 나은 조건의 나라를 찾아 이주하기 시작했던 것. 이후 카타르, 바레인 등 중동의 부자 나라들이 돈으로 다른 나라의 일류 선수들을 불러들이면서 확산됐다.
지금은 미국이 최대 ‘선수 수입국’이며 중국은 최대 ‘선수 수출국’이다.
탁구의 경우 수십 명의 중국 선수가 세계 각국에서 다른 나라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는 당예서(대한항공)가 있다. 여자 배드민턴의 경우 세계 랭킹 10위까지 선수 중 4명의 중국 선수가 다른 나라를 대표하고 있다. 한국도 양궁에서 김하늘과 엄혜랑-혜련 자매가 각각 호주와 일본 대표로 활동 중이다.
국적 스와핑을 바라보는 시각은 스포츠계 내부에서도 엇갈린다. ‘스포츠 매춘’이라는 비난이 있는 반면 ‘올림픽은 국가 간 경기가 아니라 개인 간의 경쟁’이라는 올림픽 헌장을 내세워 선수들의 정당한 권리로 옹호하기도 한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