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되지…”정도의 위로를 해줄 법도 하지만 남편은 단호하다. “변명하지 마. 총은 누가 대신 쏴주는 게 아니잖아. 자기가 쏜 것이라면 실수도 실력이지.” 솔직히 서운할 때도 있다. 잘 맞지 않는 날, 여갑순이 평정심을 잃기라도 하면 또 채찍질. 속내를 감추려고 해도 소용없다. 여갑순은 “남편은 내가 총 쏘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마음을 꿰뚫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좋은 기록이 나오면 어떨까. 김세호 코치는 395점 이상을 쏴도 “잘했다”고 하지 않는다. 여갑순이 기쁨의 미소를 날릴 때면 오히려 “거기에 만족하면 안돼. 400점 만점에 도전해야지”라고 다그친다. 운전 가르쳐주는 남편과는 다르다. 사격이라면 여갑순도 자존심이 있다. 하지만 듣고 보면 대부분 맞는 말이기 때문에 마음을 진정시키고 보면 다 보약. 핑계를 대고 싶을 때 그것이 바로 핑계임을 깨닫게 해주는 진짜 반려자다. 여갑순은 “그런 점에서 남편이 사격을 잘 알아서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며 웃었다.
여갑순 프로필…
생년월일 : 1974년 5월 8일
학력 : 서울청량중학교-서울체고-한국체육대학교
소속 : 대구은행
수상내역 및 주요기록
1991년 베이징아시아선수권 은메달
1992년 바르셀로나 프레올림픽 은메달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1993년 故박종규회장배 한일친선사격대회 비공인세계신기록
창원=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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