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대회”라는 말 한마디만 봐도 그랬다. 무릎 통증으로 다리를 절던 그는 91홀 만에 기어이 최후의 승자가 된 뒤 환한 미소를 지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3·미국)가 악전고투 끝에 US오픈의 은제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다.
우즈는 17일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 토리파인스GC 남코스(파71)에서 열린 로코 미디에이트(46·미국)와의 18홀 연장전에서 이븐파 71타로 동타를 이룬 뒤 서든데스 연장전에서 2만4000여 명 갤러리의 환호 속에 기어이 승부를 갈랐다.
골프코스 홀의 지름은 108mm여서 흔히 ‘백팔번뇌’에 시달린다고 한다. 우즈는 올해로 108회째를 맞은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기까지 숱한 번뇌를 겪어야 했다.
이날 우즈는 10번홀까지 미디에이트에게 3타나 앞서 쉽게 이기는 듯했다. 하지만 11, 12번에서 연속보기를 하는 사이 미디에이트가 13∼15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아내 오히려 1타 차로 역전을 허용했다.
16, 17번홀에서 아쉽게 버디 기회를 살리지 못한 우즈는 18번홀(파5)에서 꼭 버디가 필요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그의 드라이버 티샷은 326야드를 날아 페어웨이에 사뿐히 안착했고 아이언으로 친 세컨드샷은 그린에 올랐다. 우즈는 12m 이글 퍼트는 놓쳤지만 가볍게 버디를 낚았고 미디에이트의 5m 버디 퍼트는 홀을 외면했다.
3라운드 이글과 4라운드 버디에 이어 18번홀에서 다시 한 번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린 우즈는 7번홀(파4)에서 치른 서든데스 연장전에서 40대 중반의 지친 미디에이트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우즈는 3번 우드 티샷에 이어 가볍게 투온을 한 반면 미디에이트는 벙커와 카트 도로, 관중석을 전전하다 무벌타 드롭까지 하며 3타 만에 겨우 공을 그린에 올렸다. 미디에이트의 6m 파 퍼트가 홀 오른쪽을 약간 스쳐 지났고 우즈는 가볍게 파퍼트를 해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4월 15일 무릎 수술 후 18홀 연습라운드도 없이 처음 출전한 우즈는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 14개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역전 불허’의 신화를 이어 갔다. 잭 니클로스(미국)가 갖고 있는 메이저 최다승 기록(18승)까지 4승 남았다.
한편 우즈는 12차례 연장전에서 11승을 따내 승률이 91.7%.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과 무서운 집중력으로 상대에게 ‘공포심’을 줄 만큼 압박한 결과다.
우즈는 올 시즌 6개 대회에서 4승을 올렸고 우승 상금 135만 달러를 추가해 상금랭킹 선두(577만 달러)도 지켰다. 우즈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65승은 샘 스니드(82승)와 니클로스(73승)에 이어 3위.
예선을 거쳐 출전해 대회 최고령 챔피언 문턱에서 좌절한 세계 158위 미디에이트는 “나는 할 만큼 했다. 우즈는 최고 그 이상”이라고 혀를 내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