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대표팀 선수들에게 태릉선수촌은 차별의 상징이었다. 같은 태극마크를 달았어도 그곳에서 땀을 흘릴 수 있는 자격은 비장애인들의 몫이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장애인 탁구 대표팀이 태릉선수촌에 ‘입성’했다. 장애인 전용 통로가 없어 어렵게 계단을 내려와 탁구 대표팀과 합동 훈련을 했다.
17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개선관 탁구 훈련장.
탁구대 10개의 한편에는 장애인 선수들이, 다른 한편에는 유승민(삼성생명) 오상은(KT&G) 당예서(대한항공) 박미영(삼성생명) 등 비장애인 선수들이 자리 잡았다. 오후 2시 30분에 시작된 합동 훈련은 1시간 남짓 이어졌다.
합동 훈련은 장애인 대표팀 양현철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양 감독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유승민이 남자 단식 금메달을 땄을 때의 사령탑. 2005년 자신이 맡고 있던 실업팀이 해체되면서 장애인 대표팀 지도자가 됐다.
양 감독은 “무엇보다 용기와 힘, 그리고 자신감을 얻는 게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2004년 아테네 장애인올림픽 2관왕 김영건(24)은 유승민과 짝이 됐다. 랠리가 이어졌고 10여 분이 지나자 둘 다 땀에 흠뻑 젖었다. 훈련이 끝난 뒤 유승민은 “영건이의 공에 대한 애착과 집중력은 나도 배울 정도”라고 치켜세웠고, 김영건은 “역시 승민이 형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 기술이 다르다”고 화답했다.
1988년 서울 대회부터 5연패를 달성했던 이해곤(55)은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이런 시간을 마련해 줘 고맙다”고 말했다.
베이징 대회에는 장애인 탁구 사상 처음으로 여자 선수들이 출전한다. 10년 전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은 문성혜(30)는 “탁구대에 바짝 붙어 치는 우리들과 박자가 다르더라. 짧은 시간이지만 그런 감각을 배웠다. 이번 대회가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꼭 금메달을 딸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장애인 탁구 대표팀은 아테네 대회에서 금 5, 은 4,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베이징 대회에서는 금 2, 은 1, 동메달 2개를 목표로 잡고 있다.
160개국 70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하는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은 9월 6일 개막한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