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감독은 17일 파주트레이닝센터(NFC)에서 대표팀 훈련이 끝난 뒤 “현 상황으로는 박지성의 출전을 이야기하기 이르다”며 “하루 이틀 정도 재활과정을 지켜보고 팀 훈련 합류가 가능하면 내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박지성을 굳이 무리해서 뛰게 할 이유는 없다.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지성은 이날도 축구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그라운드에 나와 가볍게 산책을 한 뒤 다른 선수들보다 일찌감치 숙소로 들어갔다. 그러나 박지성은 전날 진단 결과 북한전 출전에 무리가 없는 몸 상태로 확인된 바 있다.
허 감독이 박지성의 출전을 놓고 고심하는 이유는 대표팀 공격력 때문이다. 공격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북한전에서 좋은 경기를 펼치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14일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김두현이 공격형 미드필더, 박지성이 왼쪽 윙 포워드로 나서면 대표팀 공격력은 한층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 현재로서 허 감독의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최적의 조합이다.
그러나 남과 북이 모두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은 가운데 큰 의미가 없는 경기에 박지성을 무리해서 출전시킬 필요가 있는가 하는 문제 제기 때문에 허 감독은 머리가 아프다. 자칫 박지성의 부상이 재발된다면 프리미어리그는 물론이고 9월부터 치러질 최종예선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한편, 허 감독은 북한전 필승의 각오를 내비쳤다. 그냥 이벤트가 아니라 반드시 이겨야한다고 다짐했다.
허 감독은 “무리할 필요는 없는 경기다. 그러나 이번 경기가 남북 화합의 장이라고 해서 비길 생각은 전혀 없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가용할 수 있는 최상의 전력을 꾸려 경기에 임할 계획이다.
허 감독의 1차 목표는 3차 예선 5경기에서 단 1골도 허용하지 않은 북한의 탄탄한 수비벽을 허무는 것이다. 허 감독은 “북한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수비 조직력이 좋아지고 있다”면서 “이번 경기에서 반드시 북한 골문에 골을 넣을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겠다. 또한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북한의 역습에도 철저히 대처해 좋은 경기를 보여 주겠다”고 다짐했다.
파주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