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문학 SK전 도중 마운드에 선 윤길현이 최경환에게 빈볼을 던진 뒤 침을 뱉으며 ‘한번 해볼 테면 해 보자’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자 KIA 선수단 중 가장 먼저 뛰쳐나간 게 바로 이종범이었다. “27년 선수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제일 먼저 나간 건 처음이었다. 그 행동이 뭐냐고 혼을 내자 대들면서 ‘뭐요?’라고 답해 사실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다”고 털어놓기도 한 그는 그러면서도 “이쯤에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까지 했다.
사건 당사자인 최경환도 “나도 같은 마음”이라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길현이가 한번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종범이나 최경환이나 둘 모두 똑같은 마음이었다. 이종범은 “그라운드에서 적으로 만나더라도 지킬 건 지켜야하는 예의가 있고 질서가 있다”고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으면서 “요즘 젊은 선수들 중에서 이런 걸 잘 모르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 선수협 차원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고, 선배들이 후배들을 가르칠 건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종범과 최경환은 이처럼 윤길현의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진심으로 용서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두 사람의 바람대로 ‘윤길현 파문’이 쉽게 마무리될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윤길현의 어긋난 행동이 인터넷에서 급속도로 퍼지면서 16일 인터넷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던 SK 소속 스포츠단의 ‘통합 홈페이지’는 17일 끝내 문을 닫았다.
다른 팀 선수도 윤길현의 잘못에 대해 화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기 전 최경환을 만난 한 LG 선수는 “그런 못된 버릇은 완전히 뜯어 고쳐줘야 한다. SK가 욕먹는 이유가 다 따로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소동이 일었다. KIA 팬들은 17일 SK와 두산이 맞붙은 잠실구장을 찾아 김성근 감독과 SK를 비난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이들은 경기 종료 후 잠실구장 밖에서 2개 조로 나눠 숙소로 향하던 SK 구단 버스를 멈춰세운 뒤 30분간 실랑이를 벌였다. 이에 SK 선수단은 KIA 팬들을 피해 관광버스로 갈아타고 숙소인 강남의 모 호텔로 이동했다. 팬들의 조직적인 항의사태가 파문을 더욱 확산시킴에 따라 KIA는 이날 구단 홈페이지에 자제를 당부하는 고지를 띄웠다.
광주|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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