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결장’ 골프산업에도 불똥

  • 입력 2008년 6월 21일 03시 11분


나이키등 스폰서 업체

매출 저하 우려 초비상

“6개월 빨리 지나가라”

그저 선수 한 명 빠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왼쪽 무릎 재수술 결정으로 올 시즌 중도하차를 선언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3·미국). 그의 부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비롯한 골프산업 전반에 걸쳐 최대 악재로 떠올랐다. 영국의 로이터통신은 “우즈가 없는 2008년 골프 시즌의 하반기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오스카상이 없는 것과 같다”고 보도했다.

우즈가 1996년 프로 데뷔 후 최장 기간 필드를 떠나게 되면서 TV 시청률 하락, 대회 스폰서 급감, 갤러리 감소 등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1990년대 100억 달러의 경제효과를 지녔다는 평가를 들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든(미국)의 은퇴로 미국프로농구(NBA)의 인기가 떨어지며 침체의 길에 접어들었듯 골프 역시 당분간 고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다음 달 브리티시오픈을 시작으로 PGA챔피언십, 미국과 유럽의 대항전인 라이더컵 등 굵직한 대회가 연이어 벌어지지만 우즈가 출전하지 않아 맥이 풀리게 됐다.

그동안 우즈는 ‘최고의 흥행카드’로 군림하며 골프를 비약적으로 성장시켰다. 상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긴박한 위기 상황에서도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 결정적인 순간마다 마치 마법이라도 건 듯 짜릿하게 풀어나간 뒤 날리는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에 팬들은 열광했다.

우즈가 출전하면 그 대회의 TV 시청률은 껑충 뛰었다. 이번 주 US오픈의 연장전은 월요일 오전이었는데도 TV 시청률은 최근 30년간 최고인 7.6%에 점유율은 20%나 됐다.

연장전이 벌어진 시간에 미국에서 주식거래량은 평소보다 10%가 줄었다는 미국 경제전문 방송의 분석이 나올 만큼 우즈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우즈가 출전한 대회의 평균 TV 시청률은 6%를 상회하는 반면 불참한 대회는 3%를 밑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해 뷰익오픈 때는 우즈가 출전하지 않으면서 입장권 판매량이 출전했던 때보다 25%가량 줄어들어 대회 주최 측이 당혹스러워했다.

‘우즈 효과’로 PGA투어의 시청률은 정규시즌 메이저리그와 NBA를 추월하기도 했다.

흔히 프로복싱의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 프로골프의 잭 니클로스와 아널드 파머처럼 라이벌 관계가 존재해야 관전의 흥미를 끌어올린다고 하지만 우즈는 예외였다.

추격자들을 10타 차 넘게 따돌리며 싱거운 독주를 해도 팬들은 그런 우즈에게 환호를 보냈다.

지난해 우즈는 스폰서 계약 등으로 무려 1억5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우즈와의 계약이 성사되면 바로 해당 업체는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도 많았다.

우즈가 계약사인 나이키의 볼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미국에서 1%도 안 되던 시장점유율이 불과 1년 만에 10% 가까이 뛰어올랐다. 우즈가 활약한 10년 동안 PGA투어의 시즌 총상금 규모는 5배 가까이 껑충 뛴 2억3000만 달러로 늘어났다. 그래서인지 PGA투어에서 통산 10승을 거둔 케니 페리는 “우즈가 바로 투어다. 그런 스타를 잃는다는 건 큰 손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우즈와 절친한 이웃사촌인 마크 오메라는 “우즈가 올바른 결정을 했으며 6개월 후 더 강해져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우즈가 없는 필드를 지켜보게 된 팬들과 골프 관계자들의 마음도 바로 오메라와 같을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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