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연장 네 번째 홀에서 청야니가 오른쪽 러프지역에서 친 6번 아이언 샷일 것이다. 당시 청야니는 티샷이 오른쪽 A러프 지역으로 날아가며 힘든 세컨드샷을 남겨두었다. 아무리 길지 않은 A러프라도 그린을 직접 공략하기엔 부담이 많다. 게다가 연장전 상황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그는 6번 아이언을 꺼내 들고 공을 멋지게 핀에 붙이며 버디의 발판을 마련해 결국 꿈에 그리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그렇다면 러프에서는 어떻게 스윙해야 청야니와 같은 멋진 샷을 구사할 수 있을까.
내 경우엔 이런 상황에서는 스윙을 약간 업라이트하게 해 준다. 그렇게 하면 클럽 헤드가 떨어지는 각도가 날카롭기 때문에 짧은 러프에서 쉽게 볼을 띄울 수 있다. 게다가 페어웨이와 비슷한 수준의 스핀도 넣을 수 있다. 사진을 보면 페어웨이에서 샷을 할 때보다 A러프에서 샷을 할 때 양손의 위치가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양손을 높게, 즉 업라이트한 스윙을 할 때 특별히 주의할 점은 어깨도 반드시 같이 회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팔을 높게 들라고 하면 어깨 회전을 하기보다 양손만 높게 드는 골퍼가 있다. 즉, 백스윙 톱에서 왼쪽 어깨가 턱밑까지 오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스윙의 균형이 무너져 클럽 페이스의 중심에 볼을 맞히기 어려워진다. 뒤땅이나 토핑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다.
이럴 때는 평소보다 조금만 더 볼에 가깝게 서서 빈 스윙을 해 보자. 틀림없이 업라이트한 스윙의 감을 쉽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한희원이 본 청야니
청야니는 아마추어 경력도 화려해 2004년에는 미국골프협회가 주관하는 권위 있는 대회인 퍼블릭링크스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니니 세븐틴(NiNi-17)’이라는 그의 독특한 별명이다. 원래 친구들은 그냥 ‘니니’라고 불렀지만 예전에 그가 우승했던 대회에서 2위와 무려 17타나 차이가 나자 뒤에 ‘세븐틴’이 추가됐다고 한다. 그만큼 어린 시절부터 탄탄하게 기량을 쌓아온 셈이다.
사실 청야니와 나는 단 한 번도 같이 플레이를 한 적이 없어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연습장이나 퍼트 그린에서 보이는 그는 활발하고 잘 웃는 선수였다.
또래 선수들과도 스스럼없이 잘 지내고 우리나라 루키 선수들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아마추어 시절에 국가대표로 서로 경쟁하던 관계여서 이미 익숙한 사이이기 때문이다. 지난 맥도널드LPGA챔피언십 때 대만 출신 선수들의 열띤 응원을 받은 걸 보면 자국 동료들에게도 인기가 높아 보였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청야니는 이따금 한국 식당을 찾을 정도로 한국 갈비를 좋아한다고 한다. 또 “골프를 안 했으면 당구 선수가 됐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대만에서 인기 있는 당구를 수준급으로 친다고 한다.
아직은 열아홉 살밖에 되지 않았으니 무슨 일을 해도 가능성이 충분할 것이다. 앞으로 대만과 아시아를 뛰어넘는 훌륭한 선수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