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3조 마지막 경기 한국-북한의 경기를 지켜본 축구 관계자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는 것이었다.
‘북조선 하늘에 태극기와 애국가를 허용할 수 없다’며 북한 홈경기를 중국 상하이에서 치른 뒤 열린 서울 남북 대결은 국민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사상 첫 서울 남북대결이었다.
이날 4만8519명의 팬이 경기장을 찾아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양 팀 모두 이날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최종 예선 진출을 확정했기 때문인지 답답한 플레이만 이어졌다.
허정무 한국 감독은 경기 전 “승패와는 상관없지만 자존심 대결이니만큼 최선을 다해 멋진 경기를 펼치겠다”고 했지만 막상 선발 라인업 구성부터 재미없는 경기를 예상케 했다. 무릎이 좋지 않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발등 피로골절 판정을 받은 조원희(수원 삼성)를 비롯해 배탈로 고생한 설기현(풀럼) 등을 뺀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동안 좋은 활약을 펼친 박주영(FC 서울)과 김남일(빗셀 고베)까지 선발에서 제외하고 그동안 뛰지 못한 선수들 위주로 ‘베스트11’을 짜 ‘평가전’라는 인상을 심어줬다.
한국은 후반 투입된 박주영이 후반 27분 상대 골키퍼 이명국과 맞서는 기회를 놓치는 등 여러 차례의 골 찬스를 무위로 날리며 골 결정력 부재를 드러냈다. 북한도 후반 22분 이광천의 헤딩슛이 한국 골키퍼 정성용에게 걸리는 등 골 운이 따르지 않았다. 결과는 0-0 무승부.
한국과 북한은 나란히 3승 3무로 승점 12를 기록해 득실차(+7 대 +4)에서 앞선 한국이 1위, 북한이 2위로 최종 예선에 진출했다. 4.5장의 본선 티켓을 놓고 벌이는 최종 예선의 조 추첨식은 27일 열린다.
한편 이날 경기장엔 ‘조국 통일’ ‘우리는 하나다’ 등 남북을 동시에 응원하는 목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졌다. 이날 경기의 진정한 승자는 남과 북을 함께 응원한 축구팬이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후반 교체선수 골 못 넣어 아쉬워
▽허정무 한국 감독=원정 2연전으로 강행군을 하면서 몸 상태가 좋지 못한 선수들이 생겼다. 이를 고려해 선수 엔트리를 짰고 경기에 처음 뛴 선수들도 있었다. 비록 골은 터지지 않았지만 모두 잘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좋은 팀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희망을 찾았다. 박주영 이근호 등 후반에 교체 출전한 선수들이 골을 넣어주기를 기대했다. 실제로 박주영이 완벽한 골 찬스를 맞았는데 놓쳐서 아쉽다.
역습전환 전술 의도대로 잘 맞아
▽김정훈 북한 감독=우리 팀은 높이를 이용한 남한의 고공 공격을 잘 방어했고 역습으로 여러 차례 득점 찬스를 만들었다. 우리 전술 의도대로 됐다. 수비에서 역습으로 전환한 뒤 정대세 홍영조의 개별 돌파로 득점 기회를 노렸는데 골이 나오지는 않았다. 앞으로 최종 예선을 준비하면서 보완해나갈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