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이었다. 한바탕 패싸움이 연상됐다.
빨간색, 파란색 호구를 걸친 태권도 선수 4명은 원형 경기장에서 다른 색 호구를 착용한 선수를 무차별 공격했다. 앞뒤를 가리지 않고 주먹을 지르고 발로 찼다. 두 명이 한 명을 집중 공격할 때 객석에서는 탄성과 함께 “이게 태권도냐”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졌다.
2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국기원에서 막을 올린 제2회 한국실업연맹 회장기 전국태권도대회에서 선보인 ‘2 대 2 겨루기’는 서투르고 투박한 격투기였다.
실업태권도연맹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2 대 2 겨루기를 정식 종목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회 당일 시범경기로 바뀌었다. 대한태권도협회에서 ‘2 대 2 겨루기가 태권도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승인하지 않은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실업팀 대회에 한국체대와 경원대 학생들이 시범경기에 나서는 촌극이 벌어졌다.
한 실업팀 감독은 “이번 대회에 2 대 2 겨루기를 도입한다는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뒤 없이 공격을 하고 2명이 한 명을 몰아붙이는 방식이 페어플레이를 강조하는 태권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도 했다.
태권도 국가대표팀 김세혁(삼성에스원) 감독은 “2 대 2 겨루기는 4명이 함께 경기를 하기 때문에 점수를 매기기가 어려운 점 등 태권도 종목으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연맹은 “태권도의 활성화를 위해 겨루기 등 세부 종목의 경기 방식을 계속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태권도를 알리기 위해 격투기 형식을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무도의 격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남녀 3인 지명전(각 팀 3명이 번갈아 겨루는 형식)에서는 영천시청과 고양시청이 각각 우승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