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 열린스포츠] 프로야구 1차연고지명제…폐지 지역밀착 팀 생존에 큰 걸림돌

  • 입력 2008년 6월 24일 08시 40분


프로야구 1차 연고지명 제도가 2008년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한국프로야구는 지역연고를 통해 성장했기에, 1차 연고지명 제도의 폐지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야구규약에 명시된 도시연고제의 정착과 팀간 전력균형 관점에서 보면 전면드래프트의 필요성은 인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출신 유망주 1명을 우선 지명하는 것이 그렇게 불합리한 제도인가?

프로야구가 한국에서 어떤 방식으로 성장해 왔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는 전면 드래프트 제도를 1965년부터 실시해왔다. 메이저리그는 ‘팜(farm)’시스템으로 구단이 운영되기에, 마이너리그를 ‘우리팜’에서 보냈느냐가,‘프랜차이즈선수’로 인정받는 중요한 요소이다. 일본프로야구는 역지명 제도를 통해 전면드래프트가 간과할 수 있는 요소를 보완하고 있다. 즉 프로야구의 신인선발 제도는 그 나라의 문화적 특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래 프랜차이즈 스타는 자기 팀에서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여가 큰 선수를 말한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의 프랜차이즈 스타는 주로 그 지역출신 선수들로 한정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삼성의 양준혁, 롯데의 손민한 이대호, KIA의 이종범 최희섭 서재응, 한화의 송진우 김태균 구대성, LG의 봉중근, 두산의 김동주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 된다. 연고를 옮긴 SK와 우리 히어로즈는 물론 예외지만. 이것은 한국프로야구가 ‘지역성’에 기반하여 성장해왔음을 상징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연고 선수 1차 지명의 폐지는 지역과의 고리를 느슨하게 할 수도 있으며, 지역밀착이라는 프로야구의 생존전략과도 배치된다. KIA, SK, 두산, LG, 롯데가 고교야구팀의 숫자나 전력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는 하지만 1차 지명을 통해 크게 이득 본 것은 없다. 아이러니컬하게도 2000년대 이후 리그를 지배한 팀은 1차 지명 때문에 손해 본다고 항상 투덜거려온 삼성과 현대였다.

또한 1차 지명의 폐지는 프로구단이 지역고교에 제공하던 유·무형의 지원혜택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과거처럼 고교선수들에 대한 무제한 계약권리의 부활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지역연고출신 1차 1명 우선지명은 상징적인 차원에서도 필요한 제도이다. 프로스포츠는 본질적으로 ‘지역주의’에 기대어 성장한다.

지역주의의 순기능이 가장 잘 나타나는 장소가 프로스포츠 현장이다. 특히 한국프로야구는 초창기 선수들도 그 지역출신들로 한정해서 선발하여 ‘지역주의’와 한 몸으로 성장했다. 전면드래프트는 한국프로야구만 가지고 있던 문화의 단절을 의미한다. 1차 지명 1명은 상징적 차원에서라도 유지될 필요가 있다. 각 구단과 KBO의 재고를 요청한다.

동명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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