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로드는 케빈 가넷이 될 수 있을까

NBA에서 보스턴 셀틱스가 우승했다. 주역인 케빈 가넷은 우승컵 앞에서 오열했다. 깊은 한이 서린 자의 한바탕 씻김굿을 보는 장면이었다. 가넷은 최고의 선수였지만, 그에게는 꼬리표가 함께 했다. 새가슴에 대한 의문. 리더쉽에 대한 의문. 그의 팀은 우승할 수 없다는 비아냥. 가넷은 반지를 위해 셀틱스를 택했다. 메이저리그에도 비슷한 선수가 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다. 가넷의 꼬리표는 에이로드의 그것과 흡사하다. 가넷의 셀틱스가 에이로드에게 양키스였을 뿐이다.

에이로드의 커리어는 크게 2번의 위상 변화를 거친다. 최고 연봉 선수로 자리매김한 텍사스판 에이로드, 야구의 심장부에 입성한 뉴욕판 에이로드가 그것이다. 이 변화는 그에게 점진적이지 않고, 계단적으로 다가왔다. 거대해진 위상은 필연적으로 대가를 요구한다. 에이로드를 감시와 비판의 대상으로 만든 것이다. 시애틀판 에이로드에게 불필요했던 것들이다. 시애틀의 에이로드는 그저 치고, 뛰고, 잡고, 던지면 됐다. 하지만, 뉴욕에서는 달랐다.

※에이로드의 지터 컴플렉스

에이로드는 뉴욕에서 많은 구설에 올랐다. 언제나 비난의 중심에서 아무런 방패없이 억울하게 화살을 맞았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들은 에이로드의 조급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단, 뉴욕행 자체가 날림의 결정체다. 승리에 대한 갈망은 연봉 디스카운트를 감안하고 보스턴행을 추진하게 했고, 이것이 좌절되자 포지션 변경을 감수하고 뉴욕에 입성한다. 반지에 대한 접근이 현실화됐을 때, 포스트시즌의 강타자는 갑자기 덤벼대며 삼진을 먹기 시작한다. 우승이 위험해진 순간에는 과감히 손치기를 벌인다. 팬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조급함은 나쁜공에 손이 나가게 했고, 결정적인 에러를 남발하게 만들었다.

최고 연봉의 잘생긴 스타 플레이어를 조급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지터 컴플렉스라고 생각한다. 지터는 에이로드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졌다. 에이로드는 자신이 친구 지터보다 뛰어난 운동능력을 가진 것을 자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가 변방의 강타자에 머물러 있는 순간, 지터는 뉴욕의 황태자로 등극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했다. 세련된 화술과 매너 그리고 4개의 반지는 지터를 뉴욕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자신의 40-40보다 지터의 오클랜드전 백핸드 토스가 사람들에게 회자됐을때, 에이로드는 데릭 지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둘 사이를 갈라놓았던 01년 에스콰이어 인터뷰에서 에이로드는 지터의 거의 모든 능력을 폄하했다. 04년 에이로드는 자기 포지션을 양보하면서 "지터에게 이기는 법을 배우겠다" 말하고 양키스에 들어갔다. 이 극명한 대비는 그가 지터를 필요 이상으로 의식한다는 반증이 아닐까 한다.

※에이로드의 패배, 그리고 변화

06년 에이로드는 완벽한 패배를 경험한다. 부진한 타격과 실책 남발, 8번 타자 강등으로 점철된 그해. 그는 구단주에게 이름조차 불리지 못하는 치욕(그 3루수)을 당한다. 여기에, 조 토레, 제이슨 지암비, 쟈니 데이먼, 익명을 요구한 다수의 동료들, 그리고 홈 팬들에게 난도질 당한다. 철저히 팀에서 동떨어진 섬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에이로드는 처참했던 06년, 누구에게 의지했냐는 질문을 받는다. 10초간을 머뭇거리며 생각을 거듭한 그는 겨우 한명의 이름을 댈 수 있었다. 리베라요.

하지만, 에이로드는 07년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 빠져나온다. “지터랑 예전처럼 친하지 않다.”라고 누구나 다 알고 있던 이야기를 그제서야 속시원히 말한다. 양키스 클럽하우스를 잘 알던 게리 셰필드는 이를 보고, 에이로드가 좋은 성적으로 부활할 것이라 말한다. 예언은 그의 뜨거운 시즌으로 현실화되었다.

※자기안의 틀을 깬 에이로드

뉴욕판 에이로드를 설명함에 있어 기술적-육체적 접근은 반쪽짜리다. 뉴욕의 에이로드는 철저히 정치적-심리적으로 파악을 시도해야 한다. 팀내 입지와 헤게모니, 동료와의 관계등으로 그를 풀어내는 것이 그의 부침과 연관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터가 있다. 에이로드는 07년 발언으로 억지스럽고 부자연스러운 지터와의 관계에서 해방됐다. 그러자, 지터와 사적으로 식사를 같이 할 만큼 관계가 회복되고, 약점으로 지적되던 클러치가 되살아 난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올해 그가 더욱 자유로워졌다는 신호가 몇 개 있다. 신시아의 출산에 여유롭게 며칠 휴식을 가진 점. 햄스트링 부상동안 복귀하려고 심하게 안달하지 않은 점. 타점하나 홈런하나에 연연하던 에이로드와는 좀 달라 보인다. 10년 계약의 힘인가. 튼튼한 뉴욕의 중심이라는 것을 자각한 듯 하다. 더불어,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늘 방어적으로 일관하던 인터뷰도 세련돼졌다. 그에게 여유로움이 묻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에이로드에게 남은 숙제는 10월이다. 뉴욕 시내에서 밥을 먹을 때, 돈을 내지 않아도 될 지는, 에이로드가 결정한다. 타율이 높아야할 필요도 없다. 스캇 브로셔스는 단 몇 방으로 공짜로 밥을 먹는다더라. 가넷을 보니, 월드시리즈 MVP를 먹은 에이로드의 표정이 궁금해졌다.

☞ mlbpark 객원 칼럼니스트 [ 다나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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