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난 시즌만 해도 홈경기 때 팬들로부터 “감독 물러나라”는 야유를 듣던 처지였다. 당시 보스턴은 팀 최다인 18연패에 빠지더니 동부콘퍼런스 최하위(24승 58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비난 여론이 들끓었지만 NBA 스타 출신인 대니 에인지 단장은 “세대교체 과정일 뿐이다. 나는 감독의 빅 팬”이라며 옹호하고 나섰다. 오히려 시즌 도중 감독과의 계약기간을 연장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케빈 가넷과 레이 앨런 같은 거물 영입을 성사시켜 리버스 감독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런 믿음에 리버스 감독은 다양한 경험과 남다른 리더십으로 보스턴이 농구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데 앞장섰다. 1982년 미국 대표로 세계선수권에서 최우수선수에 뽑힌 그는 NBA에서 13년을 뛰는 동안 우승한 적이 없다. 방송 해설을 하다 1999년 올랜도 매직의 감독을 맡아 부임 첫해에 ‘올해의 감독상’을 받을 만큼 지도력을 발휘했지만 4년 만인 2003년 11월 1승 10패의 부진에 빠져 시즌 초반 경질되는 아픔도 맛봤다.
굴곡이 심했던 리버스 감독은 이번 시즌 무관의 한을 지닌 가넷, 앨런, 폴 피어스의 ‘빅3’가 하나로 뭉치도록 팀워크와 끈끈한 수비를 강조했다. 선수들은 감독의 주문대로 아프리카 줄루어로 ‘나보다 우리’를 강조하는 의미인 ‘우분투’를 경기 전마다 외쳤고 티셔츠와 손목 밴드 등에도 이 문구를 새겨 넣으며 각오를 다졌다. 식스맨들도 배려하며 기량을 끌어올린 감독의 폭넓은 용병술도 돋보였다.
길고 험난했던 한 시즌을 마치고 보스턴이 우승을 확정지은 챔피언전 6차전의 막판 리버스 감독은 피어스로부터 스포츠음료 세례를 받고는 활짝 웃었다.
보스턴의 오랜 우승 갈증이 단장, 감독, 선수를 비롯한 구성원의 상호 신뢰를 통해 마침내 풀린 것을 보면 눈앞의 성적에만 매달리는 국내 프로농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