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사회과학대 건물 636호. 사방이 온통 경제서적으로 가득했다. 한 귀퉁이에 프로야구 두산 로고가 새겨진 대형 야구공이 눈에 띄었다. 정운찬(61·경제학) 교수 연구실이다.
정 교수는 1970년대 미국 유학 당시 뉴욕 메츠와 양키스의 경기를 거의 빼놓지 않고 봤을 정도로 야구 마니아. 요즘도 프로야구 두산의 경기를 보기 위해 잠실야구장을 자주 찾는다.
이날 정 교수 연구실에 메이저리그 전문가 민훈기(48) 씨가 방문했다. 민 씨는 1990년대 초반부터 스포츠전문지 미주특파원으로 메이저리그 현장을 뛰었다. 요즘은 네이버에 개인 블로그 ‘민기자 닷컴’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민 씨가 쓴 ‘메이저리그, 메이저리거’ 출간과 관련해 인터넷 서점 ‘YES24’(www.yes24.com)가 대담을 주선해 이뤄졌다(YES24 홈페이지 참조).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입을 모으는 ‘야구광’과 ‘야구글쟁이’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다.
정운찬=1958년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서울 대표팀의 친선경기에서 한국이 0-3으로 졌지만 투수 김양중의 호투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민훈기=어릴 적 크리스마스 선물로 글러브와 야구공을 선물받고 야구가 내 생활이 됐다.
정=야구는 개인기의 스포츠이자 팀워크의 스포츠다. 두산이 뚜렷한 스타는 없지만 이기는 경기가 많은 이유는 팀워크의 야구를 하기 때문이다.
민=미국 프로야구 경기는 3시간을 넘지 않는다. 그에 비해 한국 야구는 지루하다. 팬 서비스 차원에서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해줬으면 좋겠다.
정=일본은 야구를 ‘종교’라고 하고 미국은 ‘문화’라고 한다. 이들 국민에게 야구는 생활 그 자체다. 하지만 한국은 인기 스포츠에 머물러 있다. 야구장에 좋은 음식이 있고 편의시설이 개선돼야 더 많은 관중이 찾는다.
정 교수는 “선수들은 운동과 공부를 병행해야 이 사회에서 살아남는다”고 했고, 민 씨도 “미국에서는 아무리 야구를 잘해도 일정 수준의 성적이 안 되면 대학에 가지 못한다. 선수도 기본소양을 갖춰야 한다”고 답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