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본 내 딸 인비 “수줍은 성격… 한결 같은 표정…불도저 플레이”

  • 입력 2008년 7월 1일 07시 59분


30일 오전 US여자 오픈 우승이 확정된 뒤 박인비의 아버지 박건규 씨의 전화는 불통이었다.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축하전화에 정신이 없었다.

새벽까지 딸의 경기를 지켜본 그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딸에 대해서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 마디로 얘기하면 시원시원하다”고.

US여자오픈에서 보여준 박인비의 플레이도 그랬다.

한번 결정을 내리면 곧 바로 실행에 옮기는 모습이 때로는 신중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판단은 옳았다.

아버지에 따르면 딸은 감정을 잘 표현하는 편이 아니다. 언제나 같은 표정으로 경기에 임한다.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 때문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인비도 다른 선수들처럼 쇼맨십도 키우고 갤러리들과 잘 어울렸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전세계 모든 골프선수가 꿈꾸는 대회의 챔피언이지만 아직은 보호가 필요한 어린 딸로만 보이는 모양이다.

박인비가 골프에 입문한 계기에 대해 물었다. 98년 US오픈이었다.

“새벽에 벌어진 US여자오픈 경기를 보다가 자고 있는 인비를 깨워 같이 봤어요. 그리고는 이틀 뒤 골프연습장에 함께 가서 ‘골프를 해보지 않겠니?’하고 물었더니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어요”라고 박건규 씨는 말했다. “세리 언니의 모습이 당당하고 멋있게 보였데요.”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불안하게 보일 때도 있어요. 그렇지만 워낙 대범한 스타일이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라서 인비를 믿어요. 올해는 작년에 비해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서 아무 걱정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렇게 우승하게 돼 매우 기뻐요.”

반월공단에서 포장용 필름 제조업을 하는 박건규 씨는 2주전까지 미국에 머물다 최근 사업 때문에 귀국했다.

현재는 어머니가 박인비와 투어생활 중이다. 박인비의 여동생 박인아(17·USC 1학년)도 미국에서 골프선수로 활동 중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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