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도 하는데”…솜방망이 처벌에 “에라 나도?”

  • 입력 2008년 7월 1일 08시 24분


다니엘 리오스의 약물 복용 발각으로 일본과 한국 야구계가 동시에 발칵 뒤집혔다. 메이저리그도 작년 12월 공개된 ‘미첼 보고서’에 로저 클레멘스, 배리 본즈 등 89명의 연루 사실이 밝혀져 홍역을 치르고 있다. ‘먹으면 몸 버리고 걸리면 패가망신’인 리스크를 뻔히 알면서도 왜 선수들은 약물의 유혹을 못 떨칠까. 그리고 일벌백계는 과연 최상의 근절책일까.

○ 약물 걸려도 팬들은 선수 편

와튼 스쿨은 ‘스테로이드 사용을 윤리적 범죄가 아닌 단순한 경쟁 행위’로 여기는 팬의 인식을 원인으로 꼽았다. 소비자는 기업의 비윤리가 적발되면 불매 행위로 응징하지만 스포츠맨이나 연예인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 팬에게 스포츠 팀은 자아의 연장이지만 기업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와튼 스쿨은 “본즈가 영웅이라 믿는 사람들은 이미 긍정적 믿음을 갖고 있다. 팬들은 본즈의 성공에 일체감을 느끼고, 샌프란시스코 사람이란 자부심을 연관시킨다. 이 경우 본즈의 스테로이드 복용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그를 거짓말쟁이로 여기는 것은 힘들다. 차라리 증거가 불확실하다느니 약물 투여는 그렇게 큰 죄가 아니라고 믿는다”고 분석했다.

리오스에 대해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에서 비판수위가 높지 않은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 ‘이익 〉처벌’ 죄수의 딜레마

팬들의 방관적 태도와 더불어 약물에 손을 대는 또 다른 이유는 인센티브다. 선수들은 ‘옵션 달성과 경쟁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란 자기 합리화에 빠진다. 나아가 ‘안 하면 나만 바보 되는 것 아니냐’는 집단 심리가 번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90년대 말 마크 맥과이어의 약물 스캔들이 터졌을 때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안이하게 대처한 것도 원인이었다. 규제는 미미한데 부정행위로 얻을 이익은 너무 크게 되자 윤리의식은 마비되고 말았다.

○ 메이저리그의 약물 근절책

뉴스위크가 제시한 약물 방지안의 가장 큰 특징은 도핑 횟수에 주목한 점이다. 모든 선수를 1회 테스트 하는 것은 아무 효과가 없고, 무작위로 선수를 골라내 1년 내내 불시에 여러 번 하는 편이 필수라는 얘기다. 약물 선수를 잡아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약물 접근을 사전 차단하는 방지책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다.

아울러 뉴스위크는 선수 개인뿐 아니라 구단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시켜야 되는데 징계는 벌금이 아니라 드래프트 자격 상실이 돼야 효력이 있을 것이고, 또 적발된 선수는 연봉 삭감을 감수하는 조항을 명문화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구단 수입과 선수 연봉에서 소액을 공제해 ‘켄 캐미니티(약물 복용으로 사망한 MVP 출신 빅리거) 세금’이라 명명, 근육강화제에 대한 치료와 연구에 사용할 것을 촉구했다. 요약하면 완벽한 도핑 테스트 기법을 개발하는 것보다 제도로서 예방을 유인하는 쪽이 비용과 효율성 면에서 합리적이란 얘기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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