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당연히 한국이 A조로 가길 바랐다. 일본과의 라이벌전, 바레인과의 설욕전, 그리고 비교적 ‘수월한’ 상대인 우즈벡과 카타르. 반면에 B조엔 중동의 강호 이란과 사우디 뿐만 아니라, 항상 껄끄러운 북한이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일본과 호주는 본선 진출을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데, 호주 에디터의 ‘위로’가 들려왔다. “괜찮아, UAE는 별 문제 없을 거야.” 아니, 그럼 다른 팀들은 어쩌란 말인가.
최근 4개 대회의 예선 성적만 보면 단연 사우디의 압도적인 우세가 예상된다. 나세르 알 조하르 감독도 “초반에 조 1위를 확정지어 월드컵에 나가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작년 아시안컵 8강전에서 한국이 승부차기 끝에 간신히 이긴 이란도 두려운 상대이긴 마찬가지.
어쨌든 최근 자료를 토대로 분석 기사를 썼다. 객관적으로 볼 때 사우디와 한국이 우세한 건 분명했다. 문제는 북한과 함께 ‘아웃사이더’로 분류된 이란이었다. 이란 팬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잠깐. 이란이 아웃사이더라고? 농담이죠? (이란은) 처음에 고전하긴 했지만 한 번도 패하지 않고 단 2실점으로 통과했다고요. 알리 다에이 감독 체제가 안정되고, 마다비키아와 카리미가 합류하면 더 강하고 빠른 팀이 될 거예요.”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한국 팬들의 생각은 달랐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행이 걸린 경기에선 전혀 다른 팀이 되기 때문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거예요. 공격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건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죠. 대여섯 번 연달아 본선에 올랐던 게 운이 좋아서 그랬던 건 아니죠. 가장 중요한 순간에 실력이 발휘되는 거예요.”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역시 중립 팬으로부터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조 1, 2위를 차지할 것 같네요. 남북한 두 팀도 잘하지만 골을 못 넣고 있는 데다, 서로 맞붙는다는 사실에만 집착하고 있어요. 어떤 대회에서 맞붙든 간에 목표는 단 한 가지, 상대를 꺾어야 해요.”
슬픈 일이지만 이제 현실이 됐다. 이제 남북전은 더 이상 화합의 장이 아니란 거다. 9월 10일, 두 나라는 남아공으로 가는 길목에서 다시 맞붙게 됐다. 그 장소가 평양이 될 지 혹은 상하이가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두 팀 모두 ‘무득점 무승부’로는 본선에 오를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
FIFA.COM 에디터
2002 월드컵 때 서울월드컵 경기장 관중안내를 맡으면서 시작된 축구와의 인연. 이후 인터넷에서 축구기사를 쓰며 축구를 종교처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