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팀이 우승? 우승팀이 강팀!

  • 입력 2008년 7월 1일 08시 40분


숨가쁘게 달려온 메이저리그가 어느덧 페넌트레이스의 반환점을 돌고 있다. 메이저리그 최다승을 거둔 팀은 6월30일(한국시간) 현재 지난해 우승팀 보스턴 레드삭스로 50승34패를 기록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시즌을 앞두고 보스턴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았다. 실제 성적이 지금까지는 그런 예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면 페넌트레이스의 성공이 곧 우승을 의미할까?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강의 전력을 자랑했던 시즌 최다승 팀들과 최근 추세를 살펴봤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시즌 최다승을 거둔 팀은 두 팀이다. 1906년 시카고 컵스와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로 각각 116승이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승수를 정규시즌에 챙겼다. 특히 컵스의 경우 152경기를 치르던 시대의 승수로 승률이 무려 0.763에 달했다. 그리고 1906-1908년 리그 3연패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3년 중 최다승을 거둔 1906년에만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당시 컵스는 ‘스리핑거(Three Finger)’ 모데카이 브라운을 에이스로 내세우며 팀방어율 2.90을 기록했다. 리그 평균보다 무려 1.11이나 낮았다. 하지만 믿었던 투수진이 월드시리즈에서 같은 도시 라이벌 화이트삭스에게 2승4패로 무너지며 왕좌를 내주고 말았다.

2001년 시애틀도 116승, 승률 0.716의 막강 팀이었다. 이치로는 타격왕으로 미국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고, 지금은 그리운 이름들인 에드가 마르티네스, 브렛 분, 존 올러루드 등이 공력을 주도했다. 제이미 모이어 20승, 프레디 가르시아 18승 등 4명의 15승 이상 투수에 마무리는 ‘대마신’ 사사키 가즈히로가 굳게 지키고 있었다.

시즌 경기당 득점 5.72, 실점 3.87로 모두 각 부문 1위였다. 디비전시리즈에서 클리블랜드를 3승2패로 제압했지만 뉴욕 양키스에게 1승4패로 허무하게 무너지며 첫 월드시리즈 진출의 꿈이 무산되고 말았다.

1998년 양키스는 역대 최고의 팀 중 하나로 꼽힌다. 정규시즌 114승에 포스트시즌 11승2패로 당당히 왕좌에 오른 것이다. 2001년 시애틀과 마찬가지로 경기당 최고득점과 최소실점을 기록했다. 현재까지 뛰고 있는 데릭 지터, 호르헤 포사다 외에 티노 마르티네스, 버니 윌리엄스, 폴 오닐 등이 타선에 포진하고 있었고, 데이비드 콘, 데이비드 웰스, 앤디 페티트가 마운드의 삼각 편대였다. 물론 빼놓을 수 없는 마무리투수 마리아노 리베라와 함께 확고한 좌우 셋업맨인 마이크 스탠튼과 제프 넬슨이 버티고 있었다.

이들이 무섭다는 것은 일부 선수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주전들의 고른 활약으로 물샐 틈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고, 확실한 강점이 보이지 않았지만 어느 한군데 눈에 띄는 약점도 없었다는 것이다.

1954년 클리블랜드는 시즌 111승을 거두며 103승의 양키스를 밀어내고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당시 클리블랜드는 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 래리 도비와 MVP 알 로즌의 홈런포를 앞세운 공포의 거포 팀이었다. 게다가 각각 23승을 거둔 얼리 윈과 봅 레몬을 앞세운 당대 최고의 팀으로 꼽혔다. 하지만 당시 23세의 나이에 41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슈퍼스타로 떠오르기 시작한 윌리 메이스의 뉴욕 자이언츠에게 단 한경기도 따내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 외에 시즌 110승 이상을 기록한 두 팀이 더 있다. 1909년 피츠버그는 110승을 거두며 리그 우승 4연패를 노리던 컵스를 제치고, 당대의 최고 야구 천재들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디트로이트와의 월드시리즈에서 4승3패로 우승을 거뒀다. 호너스 와그너가 타이 콥에게 승리를 거둔 것이다.

살인타선으로 유명한 1927년 뉴욕 양키스는 팀홈런에서 2위와 거의 3배 차이가 났다. 베이브 루스와 루 게릭의 양대 거포만으로 월드시리즈에서 피츠버그를 4연승으로 가볍게 제압했다. 결국 역사상 시즌 110승 이상을 거둔 팀 중 정확히 절반의 팀이 정규시즌의 성공을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이끌었다.

반면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지난해 보스턴 레드삭스가 정규시즌 최다승 팀으로 유일하게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아무래도 디비전시리즈와 챔피언십시리즈까지 포스트시즌에 포함되면서 우승까지 11승을 더 거두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많은 전문가들이 단기전의 의외성을 말하고, 마라톤 우승자와 200m 달리기 우승자는 같을 수 없다고들 얘기한다. 일부는 6개월의 1등팀과 한달간의 1등팀은 같을 수 없다고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주어진 시스템에서 진정한 승자는 어쩔 수 없이 이 모든 과정을 딛고 일어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과연 올해의 최다승 팀이 월드시리즈 정상에 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송재우 | 메이저리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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