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정글’서 라이언 웃다… 앤서니 김, AT&T 내셔널 정상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7월 8일 03시 01분



《우승 트로피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는 그들의 미소가 아름다웠다. 세계 정상의 골퍼들이 모인다는 미국 남녀프로골프투어에서 같은 날 나란히 정상에 선 재미교포 앤서니 김(김하진·23·나이키골프)과 이선화(22·CJ). 이들은 선두에 뒤진 채 마지막 라운드에 들어가 특유의 뚝심으로 역전우승을 거뒀기에 그 감동은 더욱 짜릿하다. 20대 초반의 '코리아 남매'가 멀리 미국에서 전해온 월요일 아침의 낭보는 새로운 한 주를 힘차게 시작하는데 큰 도움이 될 듯 하다》

소년의 우상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였다.

우즈보다 꼭 열 살 어린 소년은 우즈가 주니어대회부터 우승하던 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보며 자랐다. 2001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린 세계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소년은 “호랑이(타이거 우즈) 잡는 동물은 사자”라고 말했다. 영웅을 뛰어 넘어 ‘최고’가 되고 싶다는 뜻이었다.

앤서니 김이 바로 자신의 우상인 우즈가 주최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대회 원년인 지난해 최경주(나이키골프)에 이어 2년 연속 한국계 골퍼가 우승했다. 최근 무릎 수술을 받은 우즈는 출전하지 않았다.

앤서니 김은 7일 메릴랜드 주 베데스다 콩그레셔널GC 블루코스(파70)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AT&T내셔널 최종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5타를 쳐 합계 12언더파 268타로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6위로 출발한 앤서니 김은 첫 홀인 1번홀(파4)에서 러프에 떨어진 공을 두 번째 샷으로 핀 2.5m 지점에 붙여 버디를 낚으며 역전 우승의 발판을 다져나갔다. 7번홀(파3), 9번홀(파5) 징검다리 버디로 순위를 끌어올린 앤서니 김은 10번홀(파3)에서 한 타를 줄인 뒤 16번홀(파5)에서 다시 버디를 낚으며 우승을 굳혔다.

앤서니 김은 5월 와코비아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뒤 두 달 만에 2승째를 거두며 골프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PGA투어에서 25세 이하의 선수가 한 시즌에 2번 이상 우승한 것은 우즈 이후 앤서니 김이 처음이다. 올 시즌 2승 이상을 거둔 ‘멀티플 위너’는 4승을 올린 우즈와 필 미켈슨, 케니 페리(이상 미국), 앤서니 김(이상 2승) 등 4명뿐이다.

우승 상금 108만 달러를 추가해 상금 랭킹 5위로 뛰어오른 앤서니 김은 “우즈가 주최한 대회에서 우승해 영광이고 너무 흥분된다”고 말했다. 앤서니 김은 18번홀을 마친 뒤 우즈의 축하 전화를 받았다.

와코비아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 ‘AK’라는 이니셜이 새겨진 벨트 버클을 착용했던 앤서니 김은 이날도 새로 주문한 큼지막한 ‘AK 버클’을 착용했다. 우승 뒤 앤서니 김은 “행운의 버클”이라고 말했지만 앞으로 이 버클은 다른 선수들에게는 ‘우즈의 붉은 셔츠’처럼 공포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한편 ‘탱크’ 최경주(나이키골프)는 공동 49위(이븐파 280타)로 경기를 마쳤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